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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엽, 이봉주한테 미안한 까닭은?

입력 | 2008-08-25 08:46:00


남자 마라톤 28위에 그친 이봉주(38·삼성전자)는 24일 경기 후 바뀐 환경 탓에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등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6일 다롄에 도착한 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어제도 수면제를 먹고 잤다. 피로가 많이 쌓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개인 통산 39번째 완주에 성공한 이봉주는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2시간7분20초)보다도 10분 이상 늦은 2시간17분56초를 기록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간에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야구 이승엽이 미안한 마음에 고백을 했다. 사연은 이렇다. 세계를 제패한 이승엽이 도핑을 마치고 선수촌에 돌아온 시간은 자정 무렵. 여전히 우승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소리를 질러서라도 격정을 드러내고 싶었다. 상당수 대표선수들이 돌아갔고, 경기도 거의 끝난 상태여서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조용한 방안에서 괴성을 지르며 자축했다.

그런데, 아뿔싸. 누군가 방으로 와서는 “내일 마라톤 경기가 있으니 조용히 해달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이봉주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에 ‘아차’ 싶었다. 이승엽은 “순간 너무 미안했다”며 본의 아니게 저지른 잘못을 사과했다. 정황상 ‘국민 타자’가 ‘국민 마라토너’의 수면을 방해한 꼴이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야구대표팀과 육상대표팀은 같은 동에 묵고 있으며 야구는 9층, 마라톤은 2층이 숙소다.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같은 9층에 묵은 육상연맹 관계자라는 것이 체육회의 설명이다.

베이징=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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