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전국레슬링대회 중등부 자유형 50kg급에서 상대 선수를 공격하고 있는 새터민 소년 레슬러 순광명 군(위). 사진 제공 곰TV
새터민 소년 레슬러 순광명 군. 동아일보 자료사진
"제가 금메달을 따면 북에 계신 엄마도 저를 보실 수 있겠죠."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새터민 소년 레슬러 순광명(16·대전체중3)군.
베이징 올림픽 폐막일인 24일, 아버지와 함께 서울 나들이에 나선 순 군은 "북한에 혼자 남은 엄마가 TV를 통해서라도 내 모습을 보실 수 있도록 꼭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002년 8월, 20t도 안 되는 목선에 의지해 아버지 순용일(46) 씨 등 친척 20여 명과 함께 한국 땅을 밟을 당시 순 군은 10살짜리 코흘리개였다.
이제 그는 레슬링경력 2년 만에 전국대회 동메달만 5개를 따고 올해 7월 전국레슬링대회 중등부 자유형 50㎏급에서 은메달을 딴 유망주로 성장했다.
6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순 군은 키가 130㎝정도로 당시 한국의 10세 어린이 평균키보다 10㎝가량 작을 정도로 체격이 왜소했다. 북에 있을 때도 축구, 태권도 등 운동을 했던 순 군은 한국에 오고 난 뒤 작은 체격 때문에 레슬링으로 종목을 바꿨다. 지금도 162cm, 몸무게 54㎏의 크지 않은 체구.
아버지 순 씨는 "광명이가 경기를 하면 1, 2라운드는 잘하는데 체력이 달려 후반 뒷심이 부족해 한약이라도 먹이고 싶은데 형편상 쉽지 않다"며 "가뜩이나 아이 엄마가 북쪽에 있으니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아버지 순 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시설기사로 일하며 매달 132만 원을 벌어 순 군의 할머니와 여동생 등 네 식구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보험료 등으로 50만 원을 내고 나면 네 식구 살림이 빠듯한 편. 순 씨 가족은 대전에 있는 23.2㎡ 크기의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는 "친구들이 '거지아파트'라고 놀려 광명이가 친구들과 싸우고 집에 돌아오기도 했고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는 등 힘들어했는데 레슬링을 시작하고 나서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순 군의 이야기는 삼성그룹이 후원하는 'I Love Olympic Games'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된 동영상을 통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수 소녀시대와 온라인게임 '서든어택'을 좋아하는 순 군. 평범한 중학생인 순 군이지만 레슬링 얘기가 나오자 "가장 좋아하는 기술은 오른쪽 인사이드 태클과 옆굴리기"라며 "처음 메달을 딸 때의 기분을 런던에서 꼭 느끼고 싶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