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댄스 부문에 도전한 지원자가 춤을 추고 있다.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종합예술학교에서 열린 'JYP 연습생 공채3기 오디션' 서울 지역 예선 현장. 가수 박진영이 운영하는 연예기획사 'JYP 엔터테인먼트'는 매년 2차례 전국 순회 오디션을 통해 신인을 발굴한다.
삼삼오오 모인 지원자들이 건물 밖 골목길까지 길게 줄을 섰다. 24일 당일에만 대략 3700명 정도가 제 2의 '원더걸스'와 '비'를 꿈꾸며 오디션에 참가했다.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지원자들이 앉아 있는 오디션 현장은 가는 한숨과 떨림으로 긴장이 팽팽하다.
"오늘도 어제처럼 전화만 바라보다가… 에구… 못 하겠어요"
보컬 부문의 지원자 한 명이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하다 고개를 떨구고 만다.
심사위원 및 카메라와 마주선 지원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1분 남짓.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최고 기량을 보이기가 쉬울 리 없다. 자기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대기자들도 긴장이 더해지는지 표정이 굳어진다.
"한 번 만요, 한번만 다시 노래 틀어주세요"
박자를 놓친 댄스 부문 지원자가 애교 있는 애원을 한다. 숨을 가다듬고 춤을 추기 시작하니 TV 속 '원더걸스'가 튀어나온 듯 하다. JYP 관계자는 음악이 길게 나오고 마음껏 춤을 출 수 있으면 심사위원이 가능성을 봤다는 얘기라고 살짝 귀띔해준다.
실력만큼 노래를 부르지 못 해서인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심사장을 나서던 정다인(18·인천) 양. 가수가 되고 싶어 오디션을 본 지 5번쯤 되고 작은 연예기획사 연습생으로 최종 합격한 적도 있다.
동영상 취재: 우경임 기자
고교 2년생인 정양은 학교 보충수업에 빠지고 매일 한 시간씩 노래 연습을 한다.
"연습생 생활이 학교 공부보다 힘든 것도 알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크지만…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신나요."
아버지 손을 잡고 오디션에 참가한 오은화(17·인천) 양. 어릴 때부터 피아노, 바이올린을 섭렵하고 노래 솜씨도 빼어난 재주꾼이다. 아버지 오병철(48) 씨는 "노래를 잘 하니까 밀어줘야죠. 가수든 성악가든 아이가 하고 싶다는 건 적극 도와주고 싶어요"라며 "연예인이 된다고 말리는 시대는 지났잖아요?"라고 반문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춤을 추었다고 말하는 10살 조화형 양도 어머니와 함께 오디션장에 왔다. "제가 춤을 추면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요. 사람들한테 기쁨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조 양은 이효리의 'U-Go-Girl'에 맞춰 앙증맞게 춤을 소화해 냈다.
오디션장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신비오(29·서울) 씨다.
"전 한 시간 한 달러짜리 인간예요. 일곱 주를 돌아다녔어도 그 값밖에 못 받는 인간이 되고 만 거예요. 아시겠죠? 그러니까, 내가 무슨 선물이라도 사들고 올 줄 아신다면 큰 착오라구요"
연기 부문에 도전한 신씨는 3년 전 직장을 나와 연기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친구가 다니는 연기 학원에 갔다가 이제껏 몰랐던 세상을 만났다. 그는 3년째 단역 아르바이트,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 공부 중이다.
"그냥 연기에 미쳤다고 밖에 말 못 해요. 연기 하는 동안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니까요. 이번에 떨어져도, 다음에 또 떨어져도 평생 도전할 거예요"
지역별 예선을 통과한 20명 중에서 보컬, 댄스, 연기, 모델, 방송인(MC VJ) 등 5개 분야 중 총 4명을 최종 선발한다. 현재 JYP 연습생 공채 1기 장우영, 윤두준 군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연습생이 된다고 하여도 공식 데뷔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기약 없는 고된 훈련이 계속되기도 한다. 그래도 오디션 현장에 모인 그들은 "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왜 하고 싶냐고 물으니 "그냥 하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그래, 그것이 젊음이고 열정이겠지.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