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에 취임한 진동섭 신임 원장은 교육개발원을 ‘싱크탱크’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김경제 기자
진동섭 한국교육개발원 14대 원장
“우리 연구원이 예전의 권위를 되찾을 수 있도록 연구 목표를 가다듬고 새롭게 태어나도록 구성원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출신으로 공개모집을 통해 19일 취임한 진동섭(56) 제14대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은 KEDI를 국제적인 교육정책 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원장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시카고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울대 교육행정연수원장, 한국교육정치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 부회장 등을 지낸 교육 전문가다.
젊은 시절 KEDI에서 5년간 근무한 적이 있어 26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런 그가 취임사에서 연구원의 정체성 위기를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진 원장은 “KEDI 초창기에는 모든 교육 분야를 도맡아 연구하면서 종합연구기관으로 규모가 커졌지만 연구 기능이 분화되는 과정에서 연구 목표나 활동이 느슨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 원장은 “교육과정, 학교경영, 성인교육 등 연구 분야가 확대되면서 기구도 계속 늘어났다”며 “그러나 1997년부터는 분야별로 교육방송(EBS),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평생교육원 등으로 차례로 독립하면서 정작 KEDI의 기능과 정체성에 위기가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성기 때는 중요한 교육정책 연구는 거의 KEDI에서 나왔고, 웬만한 대학교수들은 대부분 이곳을 거쳐 갔다.
진 원장은 ‘국제적 수준의 교육정책 전문 연구기관’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목표로 세우고 4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핵심 과제를 분명히 하고 다른 기관들이 할 수 없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교육 청사진을 개발할 겁니다. 또 교육 현안에 대한 정책 대안을 신속히 제시하고, 정책 수립에 필요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국제기구와의 협력도 강화해 한국이 교육연구의 중심이 돼야 합니다.”
그러나 KEDI는 최근 몇 년간 침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여정부 때는 형평성 교육만을 강조하는 연구보고서를 잇달아 내놓는 바람에 ‘코드 연구기관’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진 원장은 “정책 수립과 집행에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수적”이라며 “지난 정부 때의 평준화와 학업성취도 논란은 제대로 된 자료가 없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인 자료가 창출, 보관, 관리되지 않으면 특정 연구에 필요한 특정 자료를 만들어 내게 된다. 앞으로는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자료를 많이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 원장은 “KEDI가 정권 교체 뒤 수월성 교육 보고서를 내는 등 태도가 바뀌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대답했다.
“KEDI가 평준화만 연구한 것은 아닐 겁니다. 정권과 상관없이 연구원의 관심사에 따라 연구한 것도 있고,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수탁과제를 한 것도 있었을 겁니다. 지난 정부가 특정 연구에 관심을 가져 부각된 측면도 있습니다.”
그는 국제중 설립 및 교원평가제 도입과 관련해 “학교를 다양화해 자발적 발전을 꾀해야 하고, 교원평가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며 “좋은 학교를 만들려면 교원이 가장 중요하다. 실력 있는 교사가 있어야 좋은 학교도 가능하고 교육 현장의 잘못도 바로잡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진 원장은 “KEDI가 ‘싱크탱크’를 넘어 ‘아이디어 뱅크’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연구원도 ‘교육 재화’를 가진 기관이 돼야 한다. 교육정책 수요자의 요구에 맞게 쉽고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연구방법과 기술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