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8강에 들지 못한 뒤 ‘축구장 용도 변경’에 대한 다양한 시리즈가 나오고 있다. 비인기 종목인 수영과 역도 등에서 금메달을 따고 야구도 우승을 한 반면 기대에 못 미친 축구에 대한 질책이다.
그만큼 축구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관심이 없으면 무시하는 법이다. 사실 팬들의 기대가 너무 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팬들은 각종 대회 때마다 기대 수준이 ‘4강’이 됐다. 이번에도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이 이탈리아와 카메룬에 이어 조 3위였고 그에 맞는 성적을 냈는데도 실망감이 큰 이유다.
문제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다.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한국이 탈락하게 되면 진짜 축구장을 야구장으로 바꿔야 할지 모른다. 한국은 북한을 포함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강팀과 한조에 속해 있다. 한국은 중동 팀에 약세를 보여 본선 진출을 장담하기 힘든 상태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시간이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선수의 경우 과대 포장돼 수억 원씩 받고 있지만 유럽에서 뛰는 연봉 5만 달러짜리 브라질 선수보다 못하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 대표팀엔 적당한 훈련시간이 필요하다. 세계 유명 리그에서 활약해 사나흘 전에 모여도 최상의 전력을 낼 수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등과는 다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2년 이후 대표팀은 소집이 프로 위주로 바뀌어 훈련시간이 절대 부족했다.
‘프로가 살아야 한국 축구가 산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프로만 살아선 살 수 없는 게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대표팀이 먼저냐, 프로가 먼저냐’는 논란보다는 한국 축구가 진정으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그 첫 단추가 대표팀의 적절한 훈련시간 보장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