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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의 어머니는 목메어 울었다

입력 | 2008-08-27 09:08:00


유도 최민호 금빛순간 감독도 ‘글썽’, 복싱 김정주 누나, 목메어 눈물만…

토마스 모어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소를 주고 내게는 너의 눈물을 주라”고 했다. 태극전사들은 우리를 몹시도 사랑했나 보다. 그들이 준 눈물에 우리의 눈가도 젖었고, 찌들었던 마음은 맑아졌다.

베이징의 눈물은 화면에 비친 선수들의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그림자처럼 묵묵히 선수들을 지켜온 사람들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영광의 순간까지도 감춰진 눈물. 선수들의 마음이 행여 약해질까 꾹 참아 왔기에 그 농도는 더 짙었다.

9일. 최민호가 눈물을 쏟으며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순간. 안병근 감독은 제자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더니 고개를 돌렸다. 체중감량의 동병상련 때문. 최민호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체중감량에 실패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984LA올림픽금메달리스트 안 감독은 현역시절 10kg가까이 체중을 줄이며 경기에 나섰다. 1985파리오픈에서는 체중조절 이후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해 1회전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안 감독은 “옆에서 내가 봐도 안쓰러울 정도였지만 체중감량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모질게 훈련을 시켰다”면서 “금메달을 땄으니 이제 민호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2일. 왼손등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딛고 동메달을 딴 김정주는 경기가 끝난 후 누나를 찾았다. “누나.”, “정주야” 오누이는 서로를 부른 뒤 한 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눈물이 모든 언어. 김정주는 먼저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누나 앞에서는 한 번도 운적이 없는데…….”

누나는 진작 펑펑. 김정주의 아버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간암으로, 어머니는 중학교 3학년 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두 누나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구김살 하나 없이 자랐다. 김정주는 “한살짜리 조카 (신)중혁이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고 싶었다”며 아쉬워했지만 첫째 누나 김경애씨는 “저런 몸으로 동메달을 딴 동생이 장하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22일. 황경선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경기장 한 편에서는 어머니 조순자씨가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질끈 감은 눈에서는 맑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훌륭하게 자라준 딸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딸의 부상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다. 4강·결승전에서 고통을 참아가며 발차기를 하는 딸이 안쓰러워 연신 눈가를 붉혔다. ‘금보다 딸 건강이 우선인데 저렇게까지 해서라도 꼭 따야하는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황경선이 다리를 절며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 어머니의 마음도 절룩였다. 어머니는 목이 메어 애국가를 끝까지 부르지 못했다.

“정신력으로 이겨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는 황경선의 입술도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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