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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종교화합 없이 국민통합 없다

입력 | 2008-08-28 02:57:00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는 범불교도대회가 불교 신자 6만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나 큰 불상사 없이 평화롭게 행사를 마쳐 다행이다. 대회장을 둘러싼 200여 개 깃발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선교의 도구가 아니다’ ‘불자들이 분노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하라’ ‘어청수 경찰청장은 사과하라’와 같은 구호가 적혀 있었다. 승려와 불교 신도들이 정부를 향해 집단으로 분노의 목소리를 터뜨리는 것은 처음이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이 대통령은 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공직자들은 종교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화합에 저해되는 언동이나 업무처리를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메시지가 나온 바로 그날 한중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기독교방송 어린이합창단이 노래를 하는 바람에 청와대 안에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종교적 중립’에 관한 이 정부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대통령의 몇 마디 말이나 경찰청장 경질 같은 미봉책으로는 사태가 쉽게 수습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신도 수에서 정립(鼎立) 관계를 이루며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게 종교 간 평화를 유지했다. 불교 지도자가 크리스마스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기독교 지도자들도 부처님 오신 날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최근 지명도가 높은 장모 목사가 불교를 폄훼하는 설교를 해 물의를 빚은 것은 유감이다. 성직자와 신도들도 ‘내 종교가 소중하듯 다른 종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신교 목사들의 모임인 ‘기독교사회책임’은 “우리가 다른 종교와 화평하는 자세가 부족했음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종교인과 신자들이 이렇게 화해의 정신을 발휘해야 종교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불교계 일각에서 조계사에서 농성 중인 수배자들의 면책을 요구한 것은 잘못이다.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광우병대책회의와 일부 좌파 시민단체 간부는 조계종 대표 사찰을 피신처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남북으로 분단된 나라에서 지역으로 찢기고 다시 종교로 분열된다면 나라의 장래를 위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부는 더는 종교 편향이라는 말이 불교계에서 나오지 않도록 충심으로 사과하고 종교적 중립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