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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서 힘 잃어가는 美

입력 | 2008-08-28 02:57:00


총회투표 美지지율, 1995년 50% → 2007년 18%

최근 8년간 원조 국가들서 반대 더 많아

美재단 “반기 들면 지원 줄이겠다” 엄포

유엔에서 미국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미국은 유엔 분담금의 22%를 내는 등 유엔 재정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는 국가이고 경제가 어려운 유엔 회원국들에도 매년 거액을 원조하고 있다. 하지만 표결 등에서 ‘미국 편’을 드는 국가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입지 좁아지는 미국=미국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1983∼2007년 유엔 총회 표결에서 회원국들이 미국의 견해에 찬성한 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표결에서 미국을 지지한 회원국의 비율은 1995년 50.6%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낮아져 지난해에는 18.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미국으로부터 거액의 경제 지원을 받는 국가들도 유엔에서 미국을 외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엔 총회에서 2000∼2007년 이뤄진 표결을 분석한 결과 지원액 기준으로 미국에서 경제적 지원을 많이 받은 주요 30개국 중 28개국은 미국의 방침에 찬성한 경우보다 반대한 횟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8년간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이라크가 미국을 지지한 비율은 7.9%에 그쳤고, 지원액 29위인 북한의 미국 지지율은 6.0%로 가장 낮았다. 지원액 8위인 파키스탄의 지지율도 14.1%에 그쳤다. 반면 두 번째로 많은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의 미국 지지율은 90.6%로 30개국 중 압도적인 1위였다.

특히 미국의 국익과 직접 관계가 있어 미 국무부가 ‘중요 안건’으로 분류한 사안에 대해서도 주요 지원국 30개국 중 24개국은 찬성보다 반대를 많이 했다.

유엔 총회의 표결 결과는 강제력은 없지만 ‘국제사회의 뜻’으로 해석된다. 표결에서 미국이 얼마나 지지를 받는지 살펴보면 유엔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유엔 총회에서 미국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진 것은 그만큼 유엔에서 개발도상국 모임인 ‘77그룹’이나 독자 노선을 추구하는 비동맹운동(NAM) 소속 국가들의 세력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 국가는 집단적으로 미국의 뜻과 상반되는 투표를 하고 있다.

▽“미국에 반대하면 경제 지원 줄여야”=이와 함께 미국의 해외 경제지원 정책 실패도 유엔에서 미국의 위상이 낮아지는 원인이라고 헤리티지재단은 평가했다.

분석 결과 정치 경제적으로 발전한 국가일수록 유엔총회 표결에서 미국과 같은 견해를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회원국들의 정치 경제적 발전은 유엔에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미국은 1980∼2006년에 총 3090억 달러(약 345조 원)라는 거액을 98개국에 지원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 중 4개국만이 연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을 했을 뿐 나머지는 경제성장이 정체 상태이거나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집계됐다.

헤리티지재단은 “앞으로 지원을 받는 국가의 경제발전에 효율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지원금을 받는 국가들에 ‘유엔에서 미국을 지지하는지에 따라 지원금에 차이를 둘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