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무엇을 남겼나
바람 잘 날이 없었다.
13억 중국인과 각국에서 모인 1만여 선수단이 만든 한 편의 대하 드라마였던 베이징 올림픽. 뜨거운 감동뿐 아니라 숱한 뒷얘기로 17일 동안 지구촌을 웃기고 울렸다.
○ 말 많았던 중국
중국 ‘체조 영웅’ 리닝이 고공 와이어에 매달려 하늘을 날아 성화대에 불을 붙인 웅장한 개회식. ‘조국찬가’를 불렀던 깜찍한 외모의 린먀오커가 립싱크를 한 사실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짜 폭죽을 만든 사실이 알려지면서 ‘짝퉁 개회식’ 논란이 일었다. 이단평행봉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의 허커신에 대한 연령 조작 의혹이 제기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베이징 시내에선 티베트 관련 인권 시위가 이어졌으나 강제 출국 등 중국의 삼엄한 조치로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폭염 때문에 한 호주 기자는 실신해 중태에 빠졌으며, 미국 배구대표팀 감독의 장인이 베이징 시내에서 피살돼 중국 당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 탈 많았던 경기장
덴마크 요트 팀은 경기 직전 강풍에 돛대가 부러지는 바람에 크로아티아 팀의 요트를 빌려 경기에 나갔다가 금메달을 따서 논란이 일었지만 우승이 인정됐다. 브라질의 장대높이뛰기 선수 파비아나 무레르는 자신의 장대가 진행 측의 실수로 분실되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판정 불만도 이어졌다. 스웨덴 레슬링 대표팀의 아라 아브라하미안은 동메달을 따냈지만 심판 판정에 불판을 품고 메달 수상을 거부했고, IOC는 메달을 박탈해 버렸다. 쿠바의 앙헬 발로디아 마토스는 태권도 80kg 이상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치료 시간을 넘겼다’며 심판이 기권패를 선언하자 심판에게 발차기를 했다가 영구 퇴출당했다.
○ 투혼 보여준 한국
역도 69kg급 결승에서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았던 이배영은 세계를 감동시켰다. 야구 대표팀 강민호는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다 퇴장 당하자 미트와 글러브를 집어던지며 항의했다. 1500달러(약 163만 원)의 벌금 징계를 받았지만 대표팀의 집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종료 버저가 울리는 동시에 통한의 결승골을 내줘 동메달에 머물렀다. 하지만 3, 4위전에서 선보인 ‘마지막 감동의 1분’으로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재현했다.
폐회식에서는 IOC 선수위원이 된 문대성과 가수 비가 등장해 저물어가는 올림픽의 아쉬움을 달랬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