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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교수 “마음이 갇혀 있는 사람들 아직도 많은가봐요”

입력 | 2008-08-28 15:43:00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신영복(67) 교수가 1988년 감옥에서 출소하기 직전, 자신을 배웅하는 사람들에게 불러 주었다는 노래 '떠나가는 배'가 흐른다. 성공회대 동료 교수들이 만든 밴드 '더숲 트리오'가 곡에 얽힌 사연을 전하며 노래하자 객석 사이사이 층계까지 앉은 350여 명의 지인과 독자들도 나지막이 따라 부른다.

27일 저녁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아트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출간 20년, 신영복 교수의 출소 20년을 맞아 북콘서트 '청구회 추억'이 열렸다. '사랑은 경작되는 것'이라는 그의 글처럼 필자와 독자로 오래 교감을 나누어 온 사람들이 모인 자리는 시종 따뜻했다.

그가 20년간 복역을 마치고 88년 출소한 뒤 펴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45쇄를 거듭하며 대략 60여 만부가 팔렸다. 서오릉 소풍길에서 만난 어린이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청구회 추억'은 새로 그림책으로 출간됐다.

'청구회 추억'을 영역(英譯)한 조병은 성공회대 교수는 "글을 번역하면서 신 교수의 지식의 넓이와 사고의 깊이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가까이서 본 신 교수는 아무리 작은 만남도 소중히 대하는, 청구회 추억 일화가 삶 그 자체인 분"이라 평했다.

열혈독자를 자처하는 피아니스트 조은아(34) 씨도 무대에 올라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선사했다. 조 씨는 "4년 전 파리 유학시절, 선생님의 글들이 타국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해 주는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고 고백했다.

독자 대표로 선 유연아 씨는 "아이를 키우며 힘들 때마다 '세계를 안고 있다' 하시던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렸다"며 "다른 모든 사람의 삶에 기꺼이 동행해주시는 선생님이 많이 힘드실 것 같다"는 걱정을 전했다.

이어 독자들 앞에 선 신 교수는 "출소한 뒤 많이 변해버린 세상을 견디게 해 준 힘은 바로 독자들"이라는 감사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감옥에서의 20년, 바깥 세상에서의 20년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는 "정보가 전혀 없는 감옥 안에서는 철저히 이론적인 추리, 자기 성찰적인 사고가 가능했다. 출소 이후 정보는 넘쳐나지만 오히려 혼란스러워 과거 논리적 사고가 더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는 내용의 동요 '시냇물'을 부르면 재소자들은 숙연해지곤 했다. 출소 이듬해 한 강연에서 같은 노래를 부르자 학생들의 표정이 재소자들의 표정과 다르지 않았다."

신 교수는 이 같은 일화를 소개하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20년간 꾸준히 읽히는 이유가 "갇혀 있는 사람의 고통을 바깥에 있는 사람도 공유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북콘서트 마지막을 축하 공연으로 채운 가수 강산에(45)는 "교수님 정년퇴임식장에서 미완성곡 '이구아나'를 무반주로 불렀던 실례를 범했던 인연으로 다시 섰다"며 '이구아나'를 다시 불러 콘서트의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사회를 맡은 한철희 돌베개 사장이 "행복하셨나요"라고 묻자 관중석에서는 "네"하는 외침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손바닥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부딪히는 소리 같다. 작가와 독자는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이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