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은퇴…밤무대…그리고 10년만에 화려한 방송컴백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R.ef의 멤버 성대현은 은퇴를 선언한 뒤 10년 동안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다. 2003년 R.ef 멤버가 다시 모여 앨범을 냈지만 방송국보다 주로 밤 업소에서 러브콜을 받아 무대에 올랐고, 그의 말을 빌리면 “그렇게 눌러앉았다”고 한다.
이랬던 성대현이 홀연 연예계로 복귀했다. KBS 2TV ‘불후의 명곡’에서 이성욱, 박철우와 함께 등장한 그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걸쭉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금은 고정 프로그램 4개에 출연하는 ‘버라이어티쇼 스타’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이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했다.
“삶이 예측불허인 것 같아요. R.ef로 밤업소 다니며 돈 벌던 제가 재기할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어요. 저도 안 믿기는데. 아내도 좋아하는 눈치고, 딸 아영이도 TV에 아빠 나온다고 좋아해요. 그 모습 보면 저도 힘이 나요.”
성대현이 복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DJ D.O.C의 멤버 김창렬을 비롯해 그동안 친분을 쌓았던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 지난 해 10월에 출연한 한 케이블TV 프로그램 PD가 성대현의 숨겨진 끼를 발견했고 그를 위해 직접 뛰어다니며 스케줄을 잡았다.
복귀한 지 두 달 만에 20∼30군데에서 출연 섭외가 쏟아지고 있다는 성대현은 요즘 가수 전진과 함께 ‘예능계 늦둥이’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혼자 운전하며 스케줄을 소화했던 그는 얼마 전 소속사와 계약을 체결했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돌입하게 됐다.
“제가 R.ef로 활동할 때도 대인관계가 돈독하지 않았어요. 술, 담배를 전혀 못하니까. R.ef가 해체되면서 배신감도 느꼈고 다시 연예계에 돌아오고 싶지 않았죠. 그런데 예전 사람들이 절 기다려줬고 과감하게 기용해준 거예요. 너무 신기해요.”
프로그램 출연하는 데 부담감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요즘은 시청자와 같은 마음으로 녹화에 임한다”고 대답했다.
“사실 지금 인터뷰하는 것도 웃긴데 촬영장에서는 더하죠. 집에서 TV로 보면서 잔소리했던 프로그램에 제가 앉아있으니까요.(웃음) 요즘 녹화장에 가면 오랜만에 열린 장터에 가는 느낌이에요. 다 반갑고 편안하다고 할까요. 후배들이요? 나이차가 너무 나니까 라이벌 의식도 없고 애들(연예인)보면 내 딸한테 사인 받아주고 싶은 기분이에요.”
성대현이 이처럼 편안하게 방송에 나설 수 있는 건 힘든 시간을 슬기롭게 극복한 덕분이다. 쉬는 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하루에 라면 한 끼로 때운 적도 있었지만 밝은 내일을 위해 웃으며 지냈다고 한다.
특히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실려가 생사여부도 불투명했던 딸 아영이가 3개월 동안 지극 정성으로 돌본 덕분에 건강해져 이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졌다고 한다.
“딸이요? 어우∼너무 예쁘죠. 결혼하기 전에는 R.ef 성대현으로 실컷 살아왔으니까 지금은 한 가정의 가장, 아영이 아빠, 아내의 남편으로 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제 삶의 전부고 두 사람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성대현은 17개월 된 딸 사진을 보여주며 “딸 자랑하려면 3박4일도 모자란다”며 웃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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