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는 2007년 11월 이후, 짧게는 2008년 6월 이후부터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저(低)PBR주’가 대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액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주장의 근거는 인플레이션이 심해질 우려가 큰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면 실질 구매력이 떨어져 부동산, 공장과 같은 실물자산을 갖고 있는 기업이 유리하며 이런 기업들은 순자산 비중이 큰 만큼 PBR가 낮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주가 하락기에는 PBR가 낮은 주식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적다는 점도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 필자는 저PBR주 투자가 최선의 대안이 아니라고 본다. 때에 따라서는 다른 투자방식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인데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첫째, 현재는 ‘자산 디플레이션’ 시기라는 점이다. 물가는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주식, 부동산, 상품 등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저PBR주는 2005년부터 본격 상승을 시작했는데 2007년까지는 ‘자산 인플레이션’, 즉 부동산 상품 주식, 심지어 권리 형태의 자산까지도 오르는 시기였다.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주나 지주회사 주식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모두 자산 인플레이션 구도하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반대로 지금과 같은 자산 디플레이션 시기에는 현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세계적으로 현금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자산을 적게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게 안전한 것이다.
둘째, 부실 자산으로 인한 자산 가치의 감소(상각)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미국 금융회사들의 부실자산 상각과 이익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아직까지도 미국 금융회사들이 자산을 얼마나 추가로 상각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한국은 PBR가 낮은데도 건설주, 금융주의 주가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잠재적인 자산 부실화 우려 때문이다.
셋째, 저PBR주 중에는 대규모 장치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많다. 경기 하강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는 기업들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PBR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종목을 고르는 것은 위험하다. 한 가지 잣대라면 차라리 ‘고(高)배당주’가 적당하다. 현금 선호 패러다임에 부합하고 시기적으로 9월경에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때문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