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지 일주일이 다 돼 가지만 그 열기는 아직도 여전하다. 하지만 정작 20년 전 이 땅에서 피어오른 서울 올림픽의 영광은 우리의 뇌리에서는 물론 역사의 기록에서조차 사라져가고 있다.
최근 본보가 입수한 서울대 대학원 체육교육학 박사학위 논문 ‘올림픽 사료의 기록학적 평가: 서울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의 공문서를 중심으로’(천호준)에 따르면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조직위원회가 만든 자료의 절반 이상이 분실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논문에 따르면 1988년 서울올림픽조직위의 총회와 집행위원회가 남긴 주요 회의록 85건 가운데 현재 61%에 불과한 52건만 남아 있다. 집행위 회의록은 전체 49건의 55%에 이르는 27건이 국가기록원에서 문서 보관 중 분실됐다.
총회와 집행위는 서울올림픽조직위 사무처가 기안한 각종 예산, 인사, 행정 등 대부분의 핵심 안건을 최종적으로 의결한 기관. 따라서 이 기관들이 남긴 회의록은 서울 올림픽의 전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핵심적인 사료다.
또 현재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1981∼89년 8년간 서울올림픽조직위가 만든 자료는 총 1987건에 불과했다. 논문을 쓴 천 박사는 1988년 당시 조직위의 자료국 발간실이 1984∼88년 975건의 자료를 만든 것과 비교해 보면 전체 조직위 자료의 절반 이상이 없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1984년 이전까지 정부의 공공기록물을 문서 생산부서가 자의적으로 폐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1981년부터 올림픽 준비에 들어간 조직위의 초기 자료는 거의 멸실되다시피 한 상태다. 실제로 국가기록원이 보관하고 있는 조직위의 연도별 자료 수는 1988년 742건인 반면 1981년은 7건, 1982년 63건, 1983년 50건, 1984년 62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올림픽 자료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체계적인 분류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보존과 활용 등 모든 면에서 서울 올림픽 자료는 찬밥 신세인 셈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서울 올림픽은 우리 국민에게 단순한 스포츠 행사로 기억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놀라운 발전상을 세계에 알렸던 국운(國運) 융성의 대표적 상징이다. 서울 올림픽 자료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수백 년 뒤 후손들은 서울 올림픽보다 베이징 올림픽을 더 잘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상운 사회부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