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에도 유가 내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8일(현지 시간) 석유 트레이더들이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를 거래하고 있다. 이날 WTI 선물 가격은 멕시코 만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미 정부가 전략 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했다. 뉴욕=AFP 연합뉴스
■ 석유공사 전망
수요감소 - 증산 - 투기자금 이탈로 진정 국면
휘발유값 6주연속 하락… 물가 - 기업에 숨통
한국석유공사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들여오는 유종(油種)인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배럴당 110달러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공사는 29일 ‘최근 국제유가 급락 배경 및 전망’이란 제목의 내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있으나 (현 수준에서) 추가적인 하락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지난해 두바이유의 연간 평균가격이 68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석유공사의 전망은 고유가 상황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초 두바이유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서는 등 폭등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국제 석유시장이 ‘패닉’ 상태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 국제유가 패닉 상태는 일단 진정
국제유가 흐름에 대해 석유공사 보고서는 “최근 1년 6개월 사이 2.6배로 급등했지만 7월 중순 이후 한 달 동안 20% 안팎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가 급락의 3대 원인으로 △선진국 경기 침체 및 수요 감소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에 따른 수급 개선 △미국 달러화 강세 전환에 따른 투기자금 이탈을 꼽았다.
석유공사는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2000년 초반부터 지속된 중장기적인 유가 상승 추세의 반전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석유산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에너지 관련 연구소나 투자은행 사이에서는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는 지난달 28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에는 배럴당 9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제유가의 ‘대폭등’ 시대를 예고했던 골드만삭스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데 무게를 두면서 올해 말 149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내년까지 큰 폭 하락은 어려울 듯
석유공사는 보고서에서 “유가 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있으나 4분기(10∼12월) 성수기 진입,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가능성 등으로 추가 하락은 어렵다”며 “올해 남은 기간 두바이유는 110∼120달러 수준을 유지해 연간 평균으로는 110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009년에도 올해 평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석유공사의 올해 두바이유 전망치는 기획재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짜면서 전제로 삼았던 전망치와 같지만 추가적인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전년 동기(同期) 대비 물가상승 압력도 일부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내년 유가가 110달러를 밑돌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조만간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공식 전망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8월 넷째 주(25∼29일)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 평균가격은 한 주 전보다 L당 31원 내린 1725.32원, 경유는 43.13원 떨어진 1688.75원으로 집계돼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또 28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2.56달러 내린 115.59달러,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2.05달러 하락한 114.1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 현물은 0.72달러 오른 112.52달러로 마감됐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