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일곱 살의 털/김해원 지음/224쪽·8800원·사계절
평범한 고등학생 일호는 심경이 복잡하다. 이발사 할아버지 덕에 교내 최고 ‘범생이’ 머리로 통했다. 하지만 학생들 머리에 라이터를 들이대는 체육교사를 보는 순간 일호 마음속 뭔가가 무너졌다. 홀연히 두발 규제 항의에 나선다. 그때 마침, 집 나갔던 아버지가 돌아오고…. 평생 나선 일 없던 할아버지는 재개발 반대 시위에 휩쓸린다.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은 ‘열일곱 살의 털’은 묘한 소설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이발소 집 3대가 두발 규제 반대, 재개발 논란 등에 휘말린다. 그런데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이 상황이 뻔하지 않다.
“작품을 위한 취재 때 만난 학생들이 그랬어요. 말도 조용조용, 겉보기에 딱 모범생이었습니다. 그런데 두발 문제만큼은 소신이 뚜렷하더군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외양을 지녔지만 자신의 자유 앞에선 딱 부러지는…. 아이들의 눈빛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작가)
평범하기에 당당하다는 것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평생 고지식하게 살아왔던 할아버지가 시위에 나선 건 ‘그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호가 두발 규제에 항의한 것도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평범하다는 원칙을 뜻한다. 누구나 동의하는 기준, 나이나 지식과 상관없는 옳고 그름. 작가는 보통 사람들에게서 그 당당한 보편성을 발견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췄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