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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간호사 선생님 ‘저벅저벅’ 아이들 가슴은 ‘콩닥콩닥’

입력 | 2008-08-30 02:59:00


◇ 주사기가 온다/알랭 M. 베르즈롱 글·이민혜 그림·이정주 옮김/64쪽·5500원·시공주니어(초등 2∼4년용)

“왜 간호사 선생님이 오렌지나 자몽에다 주사 놓는 연습을 하는지 알아? 그것들은 소리를 못 지르기 때문이야! 으하하!”

그렇잖아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데, 스쿨버스에 탄 형들의 놀림에 도미니크는 당장이라도 버스에서 내리고 싶다. 오늘이 그날! 학교에서 단체로 B형 간염 예방주사를 맞는 날이다!

주사 맞는 아이들의 공포를 어찌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잘못한 것도 아닌데 몸에 뾰족한 바늘을 꽂아야 한다니 어쩐지 억울한 느낌일 거다. 당장 아픈 것도 아닌데 ‘예방주사’란 걸 맞는 것도, 어쩐지 꼭 안 해도 될 일을 하는 기분. 게다가 느닷없이 아픈 것도 아니고 ‘예정된 고통’에 대한 공포란!

주사 맞기 전날 밤엔 악몽도 꿀 만큼 겁에 질린 도미니크. 꿈에서 긴 연필만 한 주사기를 든 간호사가 달려드는 통에 도미니크는 잠을 설쳤다. 진짜 접종 때까지 시간이 천천히 가주면 좋으련만 시계의 바늘은 전속력으로 달린다. 스쿨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천천히 가 달라고 사정해도, 선생님을 붙들고 늘어져도 소용이 없다. 시계 종이 울리고 교실 문이 열린다.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왔다!

“간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백신을 통해서야. 이건 부모님이 주는 선물 같은 거야. 그냥 받기만 하면 되지.” 무섭게 생긴 외모와 달리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는 어쩐지 정감이 간다. 주사가 정말 선물 같은 걸까?

이 책은 아이들 누구나 공감할 법한 ‘주사 맞는 공포’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한의원에서 얼굴 가득 침을 맞았다, 당뇨병 때문에 자기 몸에 스스로 주사를 놔야 한다는 등 저마다 ‘전에 주사를 맞았으니 이번엔 안 맞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아이들. 시끄러운 교실 안 장면이 저절로 눈에 그려진다. 어른도 주사 맞기 싫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렇지만 아무리 피하려 해도 주사 맞는 시간은 결국 오는 법. 먼저 주사를 맞고 나오는 아이들의 비장한 표정, 울먹이는 표정을 보고 기다리는 아이들의 두려움은 말할 수 없이 커진다. 자리에 앉은 도미니크. 다른 생각을 해보려고 하지만 주사기 생각만 난다. 왼팔에 맞는 게 안 아플까? 오른팔에 맞는 게 안 아플까? 눈은 꼭 감을까? 아니면 뜨는 게 나을까? 주사기가 온다, 아아아악!!

애써 묵직한 교훈을 주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재미난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다. 아이들의 초조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어수선한 대화들을 따라 읽으면서 웃고 무릎 치는 어린이 독자들이 많을 듯. 그런데 도미니크가 정말 아파했느냐고? 주사를 맞은 뒤 울긴 울었는데, “다 끝나서 좋아서”였단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