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차관급 공무원과 청계천 걷기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오전 차관급 공무원들과 청계천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
쾌적한 신도시를 떠나 장밋빛 미래가 보인다는 재개발 예정지로 이사를 온 지 어언 두 달. 그런데 장밋빛 미래는 안 보이고 사방천지에 바퀴벌레만 보이니 아내는 경기(驚氣)를 일으키다 못해 지금은 우울증(?) 증상까지 보이고 있다. ㅠ,.ㅜ
인터넷에서 찾은 방법부터 출처를 알 수 없는 민간요법까지 바퀴벌레를 박멸코자 하는 아내의 노력은 눈물겹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 3억 년 동안 지구에 적응해온 조상님이 한낱 2만 년도 안 된 후손들의 얕은 수에 넘어갈까. 이젠 덩치 큰 놈들은 살짝 빠지고 보일듯 말듯 수색조 같은 족속들이 호시탐탐 저녁 등이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와중에 바퀴벌레 박멸에는 개미가 특효라는 말을 들었다. 한마디로 바퀴벌레는 개미한테 쨉~이 안 된다는 것. 게다가 바퀴벌레 알까지 무자비하게 도륙(?)해버린다는 반가운 얘기를 듣고 어디 분양받을 만한 똘똘한 개미가 없을까 공원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왔노라, 보았노라! 왜 바퀴벌레가 개미한테 상대가 안 되는지 현장에서 느꼈노라! 자기 몸의 몇 배가 되는 먹이를 한입으로 번쩍 드는 괴력. 또 그걸 물고 90도 가파른 벽이며 나무를 자유자재로 오르는 초능력까지. 유레카를 외치며 집으로 돌아와 분양에 필요한 안락한 보금자리와 즐겨먹는 음식을 위해 개미를 검색한 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며 이내 모든 걸 포기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개미의 괴력은 괴력이 아니었다. 연구에 의하면 아래턱 근육의 힘은 개미보다 사람이 더 강하다고 한다. 개미 근육의 힘이 1 제곱미터 당 3.6~6.9kg인데 비해 사람의 힘은 6~10kg까지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괴력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중력. 개미처럼 작은 벌레에게는 중력이 매우 작게 작용한다고 한다. 또 표면적에 비해 매우 적은 체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력을 이기고 자기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많은 근육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몸집의 몇 배가 되는 과자부스러기를 통째로 옮길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이것을 개미의 초능력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그렇지. 미물은 한낱 미물일 뿐.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능력에 비하면 ‘새발에 피’랄까…. 평생 갚아도 못 갚을 빚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저 위대한 초능력을 보시라! (금리도 계속 오른다는데…, 크흑! 감동~ 박수 짝짝짝!!)
P/S 개미 분양을 포기한 건 꼭 그 이유만은 아니다. 요즘엔 개미가 영리해져 바퀴벌레와 싸우기는커녕 사이좋게 공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으~ 그 꼴을 어떻게 봐~!!
정영훈 동아사이언스 기자 yh2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