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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산실’ 시카고학파는 ‘노벨상 산실’

입력 | 2008-09-01 02:59:00


역대 경제학상 수상 24명

시카고대 경제학과 ‘인연’

신자유주의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시카고 학파(Chicago School)’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가 중심이 된 시카고 학파는 시장주의와 개인의 자유가 경제의 근간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1930년대 이후 미국 경제정책을 주도해 온 케인스 학파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며 신자유주의의 이념적 토대를 마련하는 산실 역할을 했다.

시카고 학파의 핵심 이념은 기본적으로 ‘작은 정부, 큰 시장’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이고 자유로운 시장 환경을 만들어 기업과 개인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자유시장 체제만이 다양한 개인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가 상승을 막는 것도 물품 가격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될 수 있는 환경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통화 가치 안정을 경제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 ‘통화주의’를 내걸었다.

시카고 학파의 주장은 1970년대 석유파동과 이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겪으면서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고 이후 미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반영되면서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 잡았다.

시카고 학파를 주도한 대표적인 인물이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대부’로 불리는 밀턴 프리드먼(2006년 11월 사망) 전 시카고대 교수다. 그는 1946년부터 30여 년 동안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시카고 학파를 만들었다.

1976년에는 통화주의 이론 정립과 경제안정 정책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1962년 출간된 프리드먼의 책 ‘자본주의와 자유’에 담긴 작은 정부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 지적재산권 확립 등의 주장은 오늘날까지 신자유주의 경제학 이론의 핵심 토대가 되고 있다.

프리드먼이 기반을 닦은 시카고 학파의 성공은 잇단 노벨상 수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까지 역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61명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24명이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이거나 졸업생 등 인연을 맺은 사람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수상 연도 1974년)와 프리드먼(1976년), 조지 스티글러(1982년), 게리 베커(1992년), 로저 마이어슨(2007년) 등이 모두 이 학파 출신이다.

2000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제임스 헤크먼과 대니얼 맥패든 교수, 유럽연합 단일통화 분석에 기여한 공로로 1999년 이 상을 받은 로버트 먼델 박사도 시카고대 교수로 재직한 적이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