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연휴는 주말을 포함해 사흘뿐이다. 여기에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라는 악재도 겹쳤다. 이 때문인지 고향에 내려가기를 포기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여름휴가를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냥 집에서 쉬겠다”는 사람도 있다.
연휴도 짧은 데다 환율이 오르면서 유류 할증료가 높아져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이다.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었던 지난해 추석연휴엔 여행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올해 추석은 집에서 쉬면서 건강을 돌보고 외모도 가꾸는 ‘재충전’의 추석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 직장인의 외모 충전?
“풀린 쌍꺼풀을 다시 집을 예정이에요.”
여성 직장인 최모(27) 씨의 말이다. 최 씨는 이번 추석연휴에 풀린 쌍꺼풀을 교정하는 수술을 받고 여름에 지쳤던 피부를 관리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혼기가 찬 미혼 여성 중엔 짧은 연휴를 핑계 삼아 귀향하지 않고 외모를 ‘충전’하려는 이도 적지 않다.
압구정서울성형외과 이민구 원장은 “작년에 비해 환자수가 조금 줄었지만 연휴를 이용해 성형을 하려는 직장인은 여전히 많다”면서 “연휴 시작 전날인 금요일에 수술이 몰린다”고 전했다. 짧은 연휴 동안에는 회복기간이 긴 수술보다는 부기가 적고 사나흘 만에 회복이 가능한 쌍꺼풀 수술, 보조개 수술, 눈 밑 지방제거술, 입술 성형, 보톡스 시술, 쁘띠 성형 등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 많다는 것.
일부 병원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삼일천하 추석연휴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테마피부과는 최근에 들여온 ‘단일지방세포이식술’을 이용해 통통한 볼, 볼록한 이마, 도톰한 입술 성형을 함께 하면서 사흘 만에 회복이 가능하다고 하는 지방이식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드림성형외과는 주름개선과 미백효과, 피부탄력을 높여주는 ‘드림PRP 프로그램’를 만들었다. 드림성형외과 박양수 원장은 “회복이 빠른 만큼 성형한 ‘티’가 나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고운세상피부과는 피부탄력을 회복시키고 잔주름과 처진 주름에 효과가 좋은 ‘써마쿨-NXT’라는 추석시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고운세상피부과 안건영 원장은 “이 시술은 한 번 시술로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짧은 연휴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직장인들을 위해 추석 연휴 첫날인 13일에도 오후 1시까지 진료를 본다.
○ 탈난 관절, 미뤘던 검진을 챙긴다
여름휴가 때 다치거나 지친 몸을 ‘충전’하려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 이모(34) 씨는 “휴가 때 웨이크보드를 타다 발목과 무릎을 삐끗했다”며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있어 추석연휴 때 검사와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쉬겠다”고 말했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레포츠를 무리하게 즐기면 인대나 관절이 손상되는 염좌에 걸릴 수 있다”며 “염좌는 바로 치료하지 않고 일단 참았다가 시간이 날 때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심하게 다쳐 연골판까지 손상됐다면 빨리 치료받는 것이 좋다. 고 원장은 “단순 염좌는 약물치료와 함께 물리치료를 받고 푹 쉬면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귀향 대신 센스 있는 선물?
추석 때 귀향을 포기하는 경우 부모님이 서운해하지 않도록 ‘감동적인’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
추석 선물로 양가 부모님께 건강검진권을 준비했다는 여성 직장인 김모(32) 씨는 “건강이 염려되어 부모님께 병원에 가보시기를 권하면 항상 ‘내 몸은 내가 안다. 괜찮다’고 하셔서 이번에 특별히 준비했다”면서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고급스럽기도 하고 세심하게 신경 쓰는 느낌이 드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중앙검진센터 강준호 원장은 “불필요한 검진들은 빼고 노년층을 위해 꼭 필요한 검진들로 알뜰하게 구성한 효도검진 프로그램은 일반 검진보다 40%가량 저렴하게 검진을 받을 수 있어서 인기”라고 말했다.
쇠약해진 뼈와 관절에 좋은 보약 선물도 있다.
튼튼마디한의원은 추석을 맞아 관절 건강에 좋다고 하는 교제(膠劑) 성분이 함유된 ‘마디겔’을 선물용으로 내놓았다. 녹각, 별갑, 우슬, 와우, 황화 등을 고아 만든 이 한약은 관절에 영양을 주고 기력을 회복시키는 관절건강보약이라고 한의원측은 설명했다.
이 밖에도 동원F&B는 홍삼을 100% 농축해 순도를 높였다고 하는 ‘천지인 초고압 홍삼정 세트’와 종합비타민을 추석 선물용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