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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치솟고 증시 급락…‘9월 위기설’ 겹쳐 시장 패닉상태

입력 | 2008-09-02 02:57:00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 딜러들이 몰려드는 주문을 처리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7원 급등한 111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영한 기자


9월 첫날부터 서울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위기를 키우는 상승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외 모두 좋은 소식은 없고 악재만이 산적해 있다.

더욱이 이달에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가 몰려 ‘9월 경제 위기설’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8월 무역수지마저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적자를 내자 외환과 주식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 환율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20원 선을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보이면서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인 1116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급등하자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들은 몰려든 기업들의 ‘사자’ 주문을 처리하느라 점심식사를 거르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로 시중은행 창구의 환전과 송금 고객의 발길도 뚝 끊겼다.

이달 67억1000만 달러 규모의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가 몰려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금융 위기설’과 8월 무역적자가 32억2000만 달러에 이르는 등 달러 수급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부각되면서 환율이 급등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가 끝나는 이달 둘째 주까지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환율이 1140원 부근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8월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 금융 불안 우려로 투자 심리도 꽁꽁

국내 증시도 글로벌 경기둔화와 신용경색이라는 기존 악재에 일부 대기업의 유동성 위기론과 9월 금융대란설 등 새로운 불안 요인까지 더해지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특히 대형주의 급락이 투자심리를 빠르게 냉각시켰다. 이날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이 하한가를 치는 등 최근 유동성 위기론이 불거진 두산그룹 관련주들이 일제히 떨어졌다. LG전자(―9.56%) 하이닉스(―11.34%) 국민은행(―6.84%) 현대중공업(―6.05%) 등 업종 대표주들이 급락했고 코오롱도 하한가를 기록했다.

여기에 환율까지 폭등하면서 투자자들이 외환위기 상황을 떠올리며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최근 국내 증시가 해외 증시보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환율 금리 등 내부 악재가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얘기”라며 “투자 심리가 너무 많이 망가졌지만 호재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정부, 외환시장 안정과 증시 부양 나서

정부 당국은 최근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이날 외환당국은 “환율 급등 추세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구두 및 실물개입에 나섰다. 7월처럼 공격적인 달러 팔자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외환보유액 감소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게 외환시장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금융당국도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해외 펀드와 국내 공모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연장하는 등 투자 심리 살리기에 나섰다.

홍영만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1일 “최근 해외 악재로 인한 주가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공모펀드와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형 펀드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투자도 주문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