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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경차없인 못사는 일본사회

입력 | 2008-09-02 02:57:00


《최근 휴가를 일본 규슈(九州)로 다녀왔습니다. 일본을 6번째

방문하는 것이지만 출장이 아니라 휴가로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여유롭게 그들의 자동차 문화를 살펴봤습니다. 여행 중 눈여겨본 것은 자동차의 연료소비 부분입니다. 최근 고(高)유가 상황에서 일본은 산유국이 아니면서도 가장 피해가 적은 국가로 꼽히는 점 때문이죠.》

우선 주유소부터 찾았습니다. 휘발유 가격은 L당 185엔(약 1850원) 안팎으로 한국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한다면 상대적인 가격은 한국의 절반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거리에는 경차가 넘쳐났습니다.

우선 경차 장려 정책과 함께 경차를 타고 특급호텔에 가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시스템이 경차를 운행하도록 ‘강요’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일본의 도로 환경과 통행료 등을 생각하면 중상류층이라도 집에 경차 한 대쯤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일본은 도로의 폭이 좁습니다. 중형차로는 빠져나가기 힘든 골목도 많고 일반 도로의 차로도 많지 않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벳푸(別府)에서 후쿠오카(福岡)까지 140km 정도를 대형 버스로 이동했는데 운전사가 5000엔(약 5만 원) 정도를 통행료로 지불하더군요. 서울∼부산 거리였다면 15만 원을 내야 합니다.

일본의 경차 기준은 배기량 660cc로 배기량 2000cc 승용차에 비해 취득세는 60%, 자동차중량세와 자동차세는 20%만 내면 됩니다. 또 손해배상 책임보험료는 70%, 임의보험료는 50% 수준에 불과하고 고속도로와 터널 등의 통행료에 대해서도 폭넓은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이쯤 되면 경차의 천국이라고 봐야겠죠.

실제로 지난해 기준 일본의 자동차 경차 등록대수는 2400만 대로 전체 자동차의 32.2%에 이릅니다.

경차 판매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1997년 이후 매년 1%포인트 가까이 판매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일본의 판매 순위 상위 10개 모델 중 경차가 6종, 소형차가 3종이고 중형차는 도요타 ‘크라운’이 유일합니다. 그래서 경차 모델도 많습니다. 한국은 ‘마티즈’와 ‘모닝’ 2종류지만 일본은 20여 종류에 이릅니다.

올해 들어 한국에서도 경차의 기준이 확대되고 혜택도 조금씩 늘면서 경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수익성만 좇지 말고 에너지와 환경도 감안해 다양한 경차를 내놓는다면 앞으로 더 심해질 ‘에너지 쇼크’를 줄이는 데 큰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