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막하는 ‘2008 광주비엔날레’의 전시관 전경. 연합뉴스
《5, 6, 12일.
미술애호가라면 이미 달력에 표시해 놓았을 것이다.
각각 광주, 부산, 서울에서 비엔날레가 개막하는 날짜다. 동시대 작가들의 상상력을 통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비엔날레 시즌이 막을 올린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싱가포르, 타이베이 비엔날레와 일본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등이 이달 들어 줄줄이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와 맞물려 한국화랑협회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19∼23일), 바젤아트페어의 전 디렉터인 로렌조 루돌프가 주관하는 중국 상하이 SH컨템퍼러리아트페어(10∼13일) 등 대규모 미술시장도 문을 연다.
아시아 전체가 미술의 열기로 들썩이고 있다.》
5일∼11월 9일 비엔날레전시관, 광주시립미술관, 의재미술관 등에서 열리는 2008 광주비엔날레(총감독 오쿠이 엔위저). 올해 특징은 주제가 없다는 점이다. ‘연례보고’라는 제목 아래 36개국 127명의 작가가 참여해 115개 전시와 작품을 선보인다.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렸던 고든 마타-클라크 회고전 등 지난 1년간 국내외에서 열린 주목할 만한 전시를 옮겨와 ‘길 위에서’란 이름으로 보여준다. 또 박성현, 김장언, 패트릭 플로레스 등 5명의 큐레이터가 마련한 기획전 ‘제안’과 개별작가의 전시를 모은 ‘끼워넣기’가 펼쳐진다. 광주극장과 대인시장에서도 행사가 열린다. www.gb.or.kr
부산시립미술관, 광안리해수욕장 등을 무대로 선보이는 제5회 부산비엔날레(6일∼11월 15일)의 주제는 ‘낭비(Expenditure)’. 여기서 ‘낭비’란 과소비가 아니라 예술가들이 내적인 열정을 표현해 승화된 정신상태로 나가는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미술전(전시감독 김원방), 바다미술제(전시감독 전승보), 로버트 모리스 등이 참여하는 부산조각프로젝트로 구성된다. 40개국 190여 명이 출품한다. 현대미술전은 회화, 조각 등 전통적 장르를 많이 선보여 ‘보는 재미’에 초점을 두었다. 부산지역 31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갤러리 페스티벌이 신설됐다. www.busanbiennale.org
우리가 늘 접하는 TV와 컴퓨터 등을 미술작품으로 사용하는 미디어 아트 축제도 있다. 26개국 69개팀이 참여하는 제5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총감독 박일호). ‘전환과 확장’이란 주제로 12일부터 11월 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빛, 소통, 시간 등 3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쌍방형 작품이 많다. 인도 출신 아니시 카푸르, 덴마크의 올라푸르 엘리아손, 러시아의 작가그룹 ‘AES+F’와 국내 작가 정연두, 뮌, 진기종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www.mediacityseoul.or.kr
# 비엔날레 알차게 즐기려면
같은 시대를 호흡하는 작가들의 발언을 들을 수 있는 비엔날레. ‘동시대성’이 중요한 화두인 만큼 미술의 새로운 흐름과 함께, 어떤 작가들이 스타로 떠오를 것인지도 엿보는 기회다. 전시와 더불어 지역 특산 음식을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도움말=박일호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총감독, 안미희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 정준모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1. 특징을 파악한다=비엔날레마다 추구하는 성격이 다르다. 이를 먼저 파악한 뒤 관심 있는 전시나 작가 위주로 동선을 짠다.
2. 갤러리맵이나 가이드북을 챙긴다=주최 측은 미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과 책자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 무료 자료 등을 챙겨보고, 작품을 해설해주는 도슨트 시간을 활용하면 유익하다.
3. 전시장 안내문을 읽는다=전시실마다 전시를 소개하는 간단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작게 소리 내 읽고 들어가도 좋다.
4. 유명작가의 작품에만 치우치지 않는다=때론 예기치 않은 곳에서 좋은 작품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가능하다면 많은 작품을 두루 감상한다.
5. 모든 작품에 똑같은 시간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전시에 따라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고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찾아서 본다.
6. 내 마음에 끌리는 작품을 뽑아본다=전시장 또는 주제별로 마음에 드는 작품 한 점씩을 정한다는 생각으로 보면 감상이 더욱 즐거워진다. 나중에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미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방법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