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나 습지 등에 흔히 자생하는 부들을 이용해 석유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번 개발은 고유가와 이산화탄소 감축 요구 등으로 바이오 연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곡물이 아닌 잡초를 원료로 했다는 점에서 상용화가 이뤄지면 새로운 대체 연료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안성시의 한경대 농업생명환경과학대 김태완(사진) 교수와 ㈜나노톡스텍 공동연구팀은 “부들을 이용해 고급 재질의 종이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액을 발효시켜 바이오 에탄올을 추출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해 7월 15일 국내 및 국제특허를 출원했다”고 1일 밝혔다.
부들로 만든 종이 역시 목재로 생산한 종이보다 싸고 질이 좋아 연구팀은 올 4월 국내 및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바이오 에탄올은 식물의 당(糖) 성분 등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추출되는 친환경 원료. 그러나 옥수수 사탕수수 등 주로 곡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바람에 곡물가 급등의 요인이 돼 식량윤리 논란을 빚고 있다.
부들을 발효시켜 추출할 수 있게 되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데다 경제성도 뛰어나다. 부들의 줄기와 잎, 뿌리에서 연료를 뽑아내는 수율(收率)은 40∼45%로, 옥수수(30%) 사탕수수(10.8%)보다 높은 것으로 연구됐다. 추출 비용도 L당 0.26달러(뿌리)와 0.43달러(줄기)로, 옥수수 에탄올의 L당 생산비용(0.42달러)보다 저렴하다.
김 교수는 “부들은 지구상에 광범위하게 분포해 구하기 쉬운 데다 단위 면적당 셀룰로오스의 양이 다른 식물에 비해 월등히 많아 에탄올 추출이 쉽다”며 “잡초 부들로 종이를 만들고 남은 폐액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개념의 제3세대 바이오 에탄올 원료”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부들 밀집 군락지인 미국 노스다코타 주를 방문해 제지 및 바이오 에탄올 공장을 세우는 내용의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노스다코타 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면적(1964ha)의 122배에 해당하는 24만1322ha의 부들 군락이 있다. 이곳의 부들로 종이와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 각각 31억 달러와 44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산했다.
바이오 에탄올 제조 시설은 2006년 11월 현재 미국 브라질 캐나다 3개국에서 448개가 가동 중이며, 생산량은 100억3450만 갤런이다. 이성은 나노톡스텍 사장은 “부들을 이용한 종이 및 에탄올 생산 기술을 전 세계에 공급할 경우 막대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우리나라도 바이오 에탄올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성=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바이오 에탄올 ::
휘발유와 혼합하거나 단독으로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바이오 디젤과 더불어 대표적인 재생자원 에너지로 꼽힌다. 에탄올 연소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교토의정서에서 규정한 온실가스 계산에서 예외 적용을 받아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있다. 미국은 2017년까지 석유 소비를 20% 줄이는 대신 바이오 에탄올 등 대체에너지 이용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했으며 일본 중국도 바이오 에탄올 생산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1975년부터 국책사업으로 사탕수수를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을 육성해온 브라질은 2004년 전체 차량 연료 소비량의 30%를 바이오 에탄올로 대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