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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산책/이현송]취업에 밀려 추억이 되는 동아리

입력 | 2008-09-03 02:57:00


캠퍼스에서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어두운 얼굴들을 봤다. “선배 어쩌면 좋아요”하며 달려온 이들은 동아리 후배. 근심 가득한 모습을 보니 반가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또 나갔어요. 남은 애들보다 나가는 애들이 훨씬 많다니까요.”

올봄에 들어온 1학년 신입 동아리원이 방학을 기점으로 하나 둘 탈퇴를 선언하는 것이 문제였다. 다른 할 일도 많은데 동아리에 시간 쏟느니 차라리 혼자 자기계발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신입 후배도 이런 이유로 떠나는 동기들을 보며 눈치만 보는 것 같단다.

4년 전 신입생 시절에 ‘짜여진 시간표’가 아닌 ‘스스로 짜는 시간’을 살면서 동아리활동을 열심히 했다. 당시에는 나뿐 아니라 많은 동기가 동아리 또는 학회에 들어가 학업 이외의 활동에 시간을 보냈다. 소극적인 자세를 넘어 능동적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현재 대학 동아리가 직면한 상황은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어느 동아리 할 것 없이 참여 학생이 점차 감소한다. 둘째, 동아리 사이에서도 영역에 따라 인기 또는 비인기가 크게 갈린다. 주식 투자, 마케팅, 영어회화 동아리는 그럭저럭 동아리원이 유지되지만 문학, 토론, 인문 관련 동아리는 많은 신입생을 유치해도 얼마 안 가 상당수가 탈퇴한다.

신입생 때부터 소위 스펙(학력 학점 토익점수 어학연수 자격증을 아울러 칭하는 신조어)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다 보니 학교 영어학원 어학연수에 밀려 동아리는 ‘시간 먹는 하마’로 인식되면서 학생의 발길이 뜸해진다. 동아리활동을 하겠다고 결심한 학생이라도 실질적 도움이 되는 동아리에 더 많은 눈길을 준다.

88만 원 세대, 이태백…. 어떻게 불리건 간에 빡빡한 취업전선을 신입생 때부터 대비해야 하는 강박의 현실이, 자기계발의 의미가 가시적인 점수나 성과를 내는 데만 한정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누구든 대학생활의 우선순위를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 두는 것은 당연하다. 과외활동이나 동아리활동이 대학생활의 주(主)가 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해타산 없이 순수하게 모인 또래집단 속에서 인간관계를 배우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 보는 경험은 여느 스펙 못지않은 단단한 토양으로 남을 것이다. 자, 조금만 짬을 내어 색다른 자기계발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이현송 서강대 4학년 본보 대학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