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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건축]‘미스트리스’ 결혼식 장면

입력 | 2008-09-03 02:57:00

프랑스 파리 생뱅상드폴 교회에서 찍은 ‘미스트리스’의 결혼식 장면. 경건한 분위기의 식장 입장 전 장면은 다른 건축양식인 생오귀스탱 교회에서 촬영됐다. 사진 제공 프리비젼


문은 비잔틴… 실내는 로마네스크

‘순결+행복’ 이상적 결혼모습 상징

카트린 브레야 감독의 ‘미스트리스’는 욕정(欲情)을 소재로 한 프랑스 영화입니다. ‘팻 걸’(2000년)에서 여성의 성욕을 도발적으로 그렸던 브레야 감독은 이 영화에서 세 남녀의 엇갈리는 애증을 탐미적 영상에 담았습니다.

감독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영화 만들기를 그림 그리기에 비유했습니다. 미스트리스의 몇몇 장면은 조르주 드 라투르의 촛불 그림들, 고야의 ‘옷 입은 마야’, 카라바조의 ‘카드놀이’를 연상시킵니다.

어둠 속에서 촛불을 밝히고 카드놀이를 하는 장면, 호색한 여인이 요염한 자태로 늙은 애인을 맞는 장면 등에서 옛 그림의 느낌을 재현하려 한 꼼꼼함이 돋보입니다.

상황에 어울리는 멋진 배경을 찾는 데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특히 영화 중반 두 주인공의 결혼식 장면에서 브레야 감독은 재미있는 시도를 했습니다. 교회 바깥 입구에서 신랑과 신부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과 바로 이어지는 교회 내부의 결혼식 장면. 이 두 장면은 파리의 다른 두 교회에서 촬영해 이어붙인 것입니다.

문 앞 장면은 제8구의 생오귀스탱 교회, 결혼식 장면은 제10구 생뱅상드폴 교회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생오귀스탱 교회는 1871년 건축가 빅토르 발타르가 비잔틴 양식을 참고해 만들었습니다. 장 바티스트 르페르가 설계한 생뱅상드폴 교회도 19세기에 세워졌지만 설계는 로마네스크 스타일을 따랐습니다.

비잔틴 건축은 내력(耐力) 기둥 등 합리적인 구조에 집중한 건축 양식입니다. 장식으로 보이는 요소들도 기능적 필요에 의해 배치됩니다.

이에 반해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은 외관보다는 내부 장식에 치중하며 숭고한 종교적 분위기를 추구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생뱅상드폴 교회 내부 회중석을 두른 프리즈(하중을 받지 않는 장식 벽) 위의 160명 성인 조각은 좋은 사례입니다.

생오귀스탱 교회의 묵직한 문은 정숙한 신부의 순결을 암시합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선 성당 안의 화려한 결혼식은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길 희망하는 신부의 심경을 대변합니다.

브레야 감독은 이 두 교회의 조합에 대해 “오래 그려온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상적 공간에서 결합한 이 두 남녀는 욕정을 절제하지 못한 남편의 외도로 인해 비극적 결말을 맞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공간에서의 결합이었기에 비극의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