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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민경국]세상을 바꾼 新자유주의

입력 | 2008-09-03 02:57:00


20세기 역사를 통해 우리가 얻은 소중한 경험이 하나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실용이 아니라 이념이고, 그래서 이념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입증하는 사례가 20세기 지독한 전체주의와 집단주의의 질곡에서 인류를 구원해 개인의 자유와 번영을 확립하는 세상을 만든 신자유주의이다.

신자유주의가 생성된 시기는 시장경제가 대공황을 전후해 경제혼란의 누명을 쓰고 이념 경쟁에서 수세에 몰리던 1930년대 말이었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은 1947년 부활절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결성한 ‘몽펠르랭 학회’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이 학회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자들이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했다. 오스트리아 학파를 확립한 하이에크는 물론이고 시카고 학파를 창설한 밀턴 프리드먼, 프라이부르크 학파의 질서자유주의를 창설한 발터 오이켄도 회원이었다.

조지프 슘페터 같은 인물은 이런 모임이 부질없는 것이 된다고 조롱했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은 세계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첫 번째 성공사례는 옛 서독이다. 시장을 개방하고 가격규제를 철폐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정부는 자유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데 매진했다. 몽펠르랭 학회 회원이었던 루트비히 에르하르트가 탁월한 정치적 지도력으로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칭송받을 만큼 신자유주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

신자유주의의 뚜렷한 성공을 입증하는 사례는 1980년대 ‘유럽의 환자’로 불리던 영국을 구출한 마거릿 대처 총리와 저성장과 고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던 미국 경제를 구출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개혁정책이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신념을 가진 정치가였다.

엄격한 통화관리, 소득세와 법인세의 감세 정책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레이건 대통령은 역대 최악의 불황에서 미국 경제를 구출하고 전대미문의 장기적인 호황을 누리게 했다. 파괴적인 노조 파워를 여지없이 무력화한 노동정책, 부실과 비효율의 온상이던 공기업의 민영화 등 대처 총리의 신자유주의 개혁도 영국 경제를 번영의 길로 이끌었다.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바꾼 이념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는 또 있다. 옛 소련에 속했던 국가 그리고 동유럽 국가의 성공적인 개혁이다. 공기업의 민영화, 자유와 개방 그리고 책임과 같은 신자유주의 원칙에 따라 충실하게 개혁한 헝가리 체코 발트3국은 사회주의 시대의 굶주림에서 벗어나 버젓이 중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이 외에도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바꾸어 놓은 나라는 아일랜드와 뉴질랜드 등 많다. 물론 신자유주의 혁명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아직도 집단주의와 복지국가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큰 정부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정부는 빈곤과 저성장, 고실업의 경제 불안을 필연적으로 겪어야 한다. 따라서 얼마나 철저하게 확신과 신념을 갖고 신자유주의 이념과 시장경제 원칙을 따랐는가가 개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미국의 세계적 패권을 정당화하는 이론이라는 터무니없는 음모론에서부터 빈곤과 실업 등 모든 사회악을 야기하는 이데올로기라는 극단적인 지적 등 신자유주의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의 목소리도 다양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신자유주의의 역사적인 업적이다. 지속가능한 경제 질서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시장경제가 정부보다 훨씬 더 현명하므로 정부의 개입은 될 수 있는 대로 줄여야 한다는 점을 또렷하게 보여줬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경제학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