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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사이언스/리치사이언스]한은정이 투자한 펀드

입력 | 2008-09-03 19:01:00


요즘 MBC에서 ‘대한민국 변호사들’이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이성재)와 유명 여배우(한은정)가 결혼한 뒤 6년 만에 이혼했는데 1000억원의 재산분할 소송이 벌어진다.

우리나라 드라마답게 이들의 관계도 복잡하다. 펀드매니저의 변호사(이수경)는 여배우의 여고 단짝 친구고, 결혼식 들러리다. 여배우의 변호사(류수영)는 남자쪽 변호사와 동거하다 도망간 아픈 사연이 있다. 펀드매니저는 변호사와 사랑에 빠지고, 여배우는 펀드매니저를 잊지 못하고, 남자 변호사(여자쪽 변호사)는 여변호사의 집에 쳐들어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달라며 무작정 같이 살고 있다.

처제의 강력 추천을 받아 인터넷TV로 지난 방송을 보다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지금은 본방을 사수하고 있다. 종영이 이번 주인 듯한데 시청율은 아쉽게도 영 아니다.

현재 상황, 이혼 재판은 판결이 났고 펀드매니저는 500억원을 전 아내에게 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펀드를 운용하던 펀드매니저는 펀드 수익률이 엄청 떨어져 쫓겨나기 일보직전이다. 다행이도 여배우 역을 맡은 한은정이 500억원을 그 펀드에 투자하면서 펀드매니저는 재기를 시도한다. 조건은 변호사(이수경)와 3년 동안 만나지 않는 것이다(펀드에 투자받으면서 남자가 내건 조건이다).

한은정이라는 배우를 과학기자로서 딱 한번 기사로 쓴 적이 있다. KAIST에 발전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는 내용이다. 다른 대학도 아닌 이공계 대학에 발전기금을 냈다는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다. 더구나 이공계 출신도 아닌 연예인인데. 이런 사람이 늘어야 한국의 과학기술이 발전한다. 행여나 악플로 그녀에게 돌 던지는 자, 본 기자에게 던져라. ^^.

그러니까 한은정을 기사로 쓰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다만 오늘은 배우가 아니라 그녀가 투자한 펀드에 대해 글을 쓰려 한다.

투자라는 관점에서 그녀는 올바른 펀드에 투자했을까. 전 재산을 펀드 하나에 투자한 건 옳은 행동이었을까? ‘드라마 속 상황’이나 ‘500억원’이라는 액수는 염두에 두지 말자.

먼저 그녀는 자산 배분에 실패했다. 한 가지 자산, 그것도 위험자산에 올인(다걸기)했다. 운 좋게도 그 결과가 좋게 나올 수 있다. 주식이 폭등할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다(이 글을 쓰는 오늘 주가가 폭락했다. 본 기자가 투자한 펀드도 수익률 엄청 떨어졌겠지만 미래를 위해 꾹 참는다). 그러나 이런 식의 도박성 투자는 언젠가 쓴맛을 보는 법이다. 그날의 쓴맛은 과거의 달콤함은 기억도 안 날 만큼 쓰릴 것이다. 도박성 투자를 견뎌내려면 조지 소로스같은 투자의 천재거나 시간을 이기는 초장기 투자라야 가능하다.

두 번째, 펀드를 잘못 골랐다. 한은정이 투자한 펀드는 모 운용사에서 나와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I 펀드’를 본뜬 것 같다. 이처럼 펀드매니저의 주관이 강한 펀드는 대박을 낳을 수도 있지만 거꾸로 망하기도 쉽다. 늘 극단은 통하는 법이다. 장기투자로 가면 어느 정도 수익은 내겠지만 ‘시장수익률’을 쫓아가지 못할 위험이 크다. 즉 주가지수는 100% 올랐는데 자신의 펀드는 50% 밖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펀드에 100%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면 어떤 펀드에 투자해야 하는가. 이 칼럼을 쓰면서 “구체적으로 투자할 상품을 알려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한 가지 상품을 추천하려 한다. ‘보수가 싼(인터넷용)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 왜? 2주 뒤 바로 이 자리에서 밝히겠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