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지난달 28, 29일 경기 수원시 문화의전당과 성남아트센터에서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판매 실적이 우수한 협력업체 직원들을 초청해 무료로 공연을 보여준 것입니다. 평일이었는데도 1600명이 모일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하네요.》
교과서에선 유통업체와 협력업체는 ‘공생(共生) 관계’라고 합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매우 수직적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았죠. 그러나 명절이 가까워오면서 이런 시선을 무색케 하는 훈훈한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이달에도 또 문화공연을 준비하는 한편 직원들에게 추석 보너스를 주기 어려운 협력업체를 선정해 물품대금을 현금으로 선(先)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추석 두 달 전부터 고기를 납품하는 정육업체 5곳에 31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줬다고 합니다. 추석 대목에 수요는 늘어나는데 고기를 사들일 돈이 없어 고심하는 업체에 숨통을 터준 것이죠. 롯데마트도 양파, 감자 등을 생산하는 일부 영농업체에 물품을 납품받기도 전에 대금을 먼저 치렀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추석 후 주기로 돼 있는 물품대금을 추석 전인 11일 일괄 지급키로 한 데다 고향을 찾는 모든 협력업체 직원에게 고속버스 표를 무료로 끊어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협력업체에 에너지 절약 컨설팅을 무료로 해주거나 협력업체 직원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유통업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통업체의 이런 ‘변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힘없는 협력업체에 과도한 할인 납품이나 판촉행사를 요구하는 관행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고객이 외면하는 협력업체의 판매대는 매장 개편 때 가차 없이 사라집니다.
쉽사리 바뀌긴 어렵겠지만 유통업체가 협력업체를 ‘한 식구’로 생각한다면 장기적으로 유통업체에도 득입니다. 혜택을 본 협력업체들은 사기가 오르면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등 상품과 실적으로 보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상품을 싸게 파는’ 것이 경쟁력인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서는 협력업체의 분발이 매출 상승으로 직결되겠지요.
유통업체들의 노력이 추석을 앞둔 ‘반짝 선심’이 아니라 협력업체들과 진정한 ‘상생(相生)의 관계’를 맺는 초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원주 산업부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