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린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금맥의 물꼬를 튼 주인공은 유도 남자 60kg급의 최민호(28·한국마사회·사진)였다. 그는 32강전부터 결승까지 다섯 경기를 내리 한판으로 이겨 한국 유도의 매운맛을 세계에 알렸고 아이처럼 순진한 울음으로 한판승 못지않은 감동을 남겼다. ‘눈물의 사연’에 밀려 미처 쓰지 못한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 본다.
○ 딱지 치듯 상대 넘긴 괴력의 ‘똥짜바리’
최민호는 결승에서 2분 14초 만에 상대를 한판으로 이겼다. 공식 기록은 다리잡아메치기였지만 다리들어메치기로 봐도 무방했다.
당시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 가운데는 최민호의 기술을 보고 놀란 사람이 많았다. 엎드려 있는 상대 선수를 프라이팬에 있는 호떡 뒤집듯 넘겨 버렸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해설을 하던 김석규 한양대 유도부 감독은 그 상황을 ‘딱지치기’에 비유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유도인 가운데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 똥짜바리다!”
유도인들이 쓰는 말 가운데는 어원을 알 수 없는 ‘짜바리’라는 속어가 있다. 김 감독은 “들어메치기를 짜바리라고 부르는 선수가 많았다”며 “특히 엉덩이를 잡고 들어 메칠 때 똥짜바리라고 표현하곤 했다”고 말했다.
들어메치기는 유도의 기본 기술 중 하나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하형주나 한국 최초로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을 딴 대한유도회 조용철 전무가 자주 썼지만 요즘은 흔하지 않다. 조 전무는 “새로운 기술이 보급되면서 들어메치기를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선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기를 충실히 갖춘 데다 무엇보다 힘이 좋은 최민호에게 ‘똥짜바리’는 언제 누구를 상대하든 사용할 수 있는 필승 카드였다.
○ 피해자는 최고의 훈남
최민호의 메치기 한판으로 졸지에 ‘딱지’가 돼버린 상대는 세계랭킹 1위 루트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였다. 파이셔는 지난해 파리오픈 때만 해도 최민호를 눌렀던 유럽의 최강자. 하지만 베이징에서 파이셔는 최민호의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경계하다 왼다리를 붙잡혀 매트 위에 엎어졌다.
파이셔는 경기 뒤 “유도를 하면서 그렇게 완패한 적은 없었다. 최민호의 기술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승자는 늘 바뀌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그가 최고였다. 완벽한 챔피언에게 축하를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른 금메달리스트들처럼 최민호 역시 정신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지만 조만간 본업으로 돌아간다. 소속팀 한국마사회는 추석 이후에 전지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다녀오면 전국체육대회가 열흘가량 남는다. 체중이 불은 최민호는 66kg급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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