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선수단 귀국 환영식 때 일입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만찬에는 200여 명의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참석했습니다. 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언론 관계자들이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수영 신동 박태환과 배드민턴 ‘얼짱’ 이용대, 역도 간판 장미란은 유난히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사인 공세에 시달리고 기념사진을 찍어야 하고 언론 인터뷰를 하는 등 잠시도 쉴 틈이 없어 보였습니다. 이들 외에도 메달리스트 주위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반면 테이블에서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앉아 있는 선수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언론의 관심이나 주위의 사인 공세는 없었습니다. 특히 메달이 기대됐지만 만족할 성적을 내지 못한 선수단의 테이블에는 침울함마저 느껴졌습니다.
메달을 딴 선수에게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동안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이지요. 만찬장에 걸린 플래카드에는 ‘선수단 환영 만찬’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찬장은 ‘메달리스트 환영 만찬’이라 불러도 될 법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메달을 따지 못한 몇몇 종목의 선수단은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만찬 뒤 시청 앞 서울광장 국민대행사 참석을 위해 도보 행진이 시작됐을 때 몰려든 인파 사이로 빠져나가는 선수들도 보였습니다.
국민대행사 역시 메달리스트 위주로 진행됐습니다. 2시간여 동안 즐거워하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한 선수는 행사 뒤 소감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사 내내 괴로웠어요. 그러면서도 4년 뒤에는 내가 꼭 저 무대에 서겠다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이 말을 듣고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행사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 자극을 줘 더 열심히 운동을 하게 만들려는 ‘동기 부여 행사’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올림픽 메달이 이런 오기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씁쓸했습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