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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카페]‘된장녀’ 비난 말라

입력 | 2008-09-05 03:00:00


국내브랜드들 디자인 서로 베껴

값마저 비슷하면 어느제품 살까

요즘 휴일에 백화점 쇼핑 나서본 적 있으세요?

지난 주말 서울 도심의 백화점에 갔더니, ‘루이뷔통’과 ‘구찌’ 등 해외 명품매장 앞이 장사진(長蛇陣)이었습니다.

손님이 워낙 몰리니 직원들이 방문객 수를 통제할 정도였습니다. 명품에 열을 올리는 ‘된장녀’, 신상품을 안 사고는 못 배기는 ‘신상녀’ 등 최근의 세태를 반영한 신조어들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여러분은 된장녀와 신상녀가 한심한가요. 전 이들을 옹호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비난할 생각도 없습니다. 이유를 말씀드리지요.

백화점들의 여름세일이 한창이던 7월 한 백화점을 방문했습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펜디’ 매장에서 독특한 디자인의 금색 하이힐을 발견했죠. 40% 세일한 값이 30만 원대 초반이었어요.

‘아끼고 살아야지…’ 맘 먹고 같은 백화점의 국내 구두매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국산 브랜드 ‘탠디’에서 세일가격 20만 원대 중반인 금색 샌들이 눈에 띄었지만 명품 수입 브랜드와 큰 가격 차이가 없었죠. 그런데 또 다른 국내 브랜드를 찾았는데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탠디’의 구두와 디자인이 붕어빵처럼 똑같았거든요.

직원에게 “어떻게 똑같은 모양의 구두를 팔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가관입니다. “경쟁이 치열하니 서로 베껴야지 어쩌겠어요.”

한국 시장에서도 명품 브랜드들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서로서로 디자인을 베껴가며 가격만 ‘명품 따라’ 높게 책정하면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을 선택할까요.

갤러리아백화점 직원들은 요즘 명품 ‘열공(열심히 공부)’ 중입니다. 자체적으로 만든 ‘명품의 이해’란 교재로 7월부터 4개월 과정으로 사내 교육을 하고 있거든요. 명품 관련 직원뿐 아니라 모든 점포 영업직원은 반드시 이 과정을 이수해 80점 이상 받아야 합니다.

롯데와 신세계는 최근 대대적으로 매장을 개편했는데 수입 브랜드의 확대가 가장 큰 특징입니다.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서죠.

‘국산 제품을 애용해달라’고 국민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건 이제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자신의 효용에 따라 때로는 길거리에서 5000원짜리 샌들을, 때로는 명품 매장에서 30만 원짜리 구두를 골라 살 수 있는 요즘 똑똑한 소비자들에 비해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아직 갈 길이 까마득한 것 같습니다.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