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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문화&사람]용인 이영미술관 김이환 관장

입력 | 2008-09-08 02:54:00

김이환 관장은 한국 현대미술의 대가인 박생광, 전혁림 화백과의 특별한 인연을 계기로 이영미술관을 세웠다. 김 관장이 전 화백의 작품 ‘새 만다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인=김경제 기자


“수묵화서 비디오아트까지 5000점 전시”

박생광-전혁림 화백 작품도 200여점 소장

신축개관 기념 젊은 작가 특별전시 열어

2003년 6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 아우구스티 문화센터 전시실.

폭 330cm, 길이 200cm의 대형 그림 앞에 수많은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바로 한국의 현대화가 내고(乃古) 박생광(1904∼1985) 화백이 그린 ‘명성황후’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검붉은 색채로 그려 낸 이 그림을 생전의 박 화백은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비교했다.

5년 전 스페인 관람객을 사로잡았던 명성황후는 지금 경기 용인시 기흥구 이영미술관 전시실에 걸려 있다. 이영미술관은 박 화백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김이환(73) 관장이 2001년 세운 곳이다.

○ 그림과 맺은 특별한 인연

김 관장은 1977년 박 화백을 만났다. 경남 진주농고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의 만남은 1985년 박 화백이 세상을 뜰 때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에 박 화백은 명성황후, 무녀, 토암산의 해돋이, 전봉준 등의 작품을 그렸다.

박 화백은 김 관장의 물적 정신적 도움을 받으며 작품 활동에 몰입할 수 있었고 1985년에는 프랑스 파리 특별전에 초대됐다.

공무원 출신으로 대기업 임원을 지냈던 김 관장 역시 박 화백을 통해 그림에 눈을 떴다.

그는 1995년 정년퇴직한 뒤 일본 와세다대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1년 반 동안 동양미술사를 공부하면서 박 화백의 일본 내 자취를 밟기도 했다. 2003년에는 스페인에서 ‘박생광 특별전’을 열었다.

김 관장은 “내고 선생은 생전에 피카소의 조국 스페인에서 명성황후와 게르니카를 비교하고 싶어 했다”며 “선생의 꿈이 이뤄진 날 호텔 방에서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화백과의 인연은 전혁림(92) 화백에까지 이어졌다.

경남 통영 출신의 전 화백은 지금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대가다.

김 관장은 2005년 ‘구십, 아직은 젊다’는 주제로 전 화백의 신작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기둥 사이로 보이는 한려수도’ 같은 작품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며 “살아계실 때 꼭 (전 화백의) 탄생 100주년 회고전을 열겠다”고 밝혔다.

○ 수묵화에서 비디오아트까지

이영미술관 명칭은 김 관장과 부인 신영숙(68) 씨의 성명에서 딴 명칭이다.

미술관은 2001년 개관 때부터 화제였다. 양돈장을 개조해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관 터가 도로 용지에 편입되면서 경부고속도로 수원 나들목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주변에는 흥덕지구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새로운 미술관은 올해 6월 2일 개관했다. 소장 작품은 박·전 화백의 작품 200여 점을 비롯해 5000여 점으로 늘어났다.

새 출발에 맞춰 두 화백을 비롯해 소장 작품들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작은 소반(小盤) 1060여 개에 그린 전 화백의 ‘새 만다라’는 개관 직전에야 완성된 작품이다.

젊은 작가들의 비디오 영상 미술과 사진, 설치미술 같은 다양한 작품이 전시 중이다.

신축 개관 100일(9일)을 앞두고 김 관장은 “무엇보다 그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어서 좋고 관람객들도 편하게 볼 수 있는 공간”이라며 흡족해했다.

개관 특별전은 다음 달 5일까지 계속된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