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음식만 먹다보니 싱거운 음식이 낯설어진 것 같아요.”
가수 에코브릿지(본명 이종명)의 음악은 편안하다. 물 흐르듯 잔잔히 흐르는 피아노 선율과 군더더기 없는 보컬이 어우러져 듣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전자음이 가미된 ‘자극 센’ 음악이 주류를 이루는 가요계에 그의 음악은 연하기 그지없다.
“편안한 음악을 좋아해요. 요즘 음악은 너무 자극적이잖아요. 비틀즈의 음악처럼 편안해도 강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제 음악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건 짠 음식만 먹다 싱거운 음식을 못 먹는 것처럼 너무 자극적인 음악에 길들여졌기 때문 아닐까요.”
에코브릿지는 어릴 때부터 줄곧 외길을 걸었던 피아니스트였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는 ‘맑은 소리 고운 소리’이라는 CM송으로 유명한 영창 피아노 CF를 통해 데뷔할 정도로 피아노 신동이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10년 가까이 전문 세션맨으로 활동했고, 가요관계자들 사이에서 실력자로 알려져 먹고 살만큼의 수입도 있었다.
그러나 남의 음악을 연주해주는 일상이 계속 되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됐다. 돈 벌이로 음악을 하고 있는 자신이 싫어 모든 걸 버리고 가수라는 어려운 길을 걷게 됐다.
“스물여덟 살에 내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세션 일을 모두 그만뒀고 가수에 도전하게 됐죠. 단숨에 인기를 얻는다든지 단발성으로 승부를 건다고 생각 안 해요. 저 역시 상업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쉽진 않겠지만 길게 보고 음악을 하고 싶어요.”
물론 에코브릿지도 좋은 음악을 알리기 위해서는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정도가 아닌 길은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최근 예능을 종횡무진하며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가수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가수는 노래로 평가 받아야하고 무대 위에서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거잖아요. 너무나 당연한 진리가 어느 순간 사라졌어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이미지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음악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런 현실이 안타깝죠.”
에코브릿지는 음악이 오염돼가는 것 같아 슬프다고도 덧붙였다. 그의 음악이 군더더기 없는 깨끗함을 추구하는 이유도 이러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2집 타이틀이 ‘오디나리언(Ordinarian)’이예요. ‘평범한’을 뜻하는 ‘Ordinary’와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an’를 합성했죠. 직역한대로 평범한 사람이 하는 음악을 뜻해요. 칠순이 되도 평범한 음악을 하는 사람, 그게 에코브릿지의 목표이자 꿈입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 wom@donga.com
[화보]2집 ‘Ordinarian’으로 돌아온 ‘에코브릿지’ 이종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