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매일 아침과 점심 식사를 뷔페 형태로 제공하는 구글코리아 본사 카페테리아. 사진 제공 구글코리아
구글코리아는 최근 직원 9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구글 올림픽’ 행사를 열었다. 구글코리아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윷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구글코리아
5주간 점심시간마다 그들만의 올림픽
사장도 예선 탈락한 딴 세상
《격주로 국내외 정보기술(IT) 소식을 전해온 ‘행복한 디지털’ 지면에 새로운 코너를 개설합니다. 새로 선보인 ‘동아 오프-블로그(Off-blog)’는 동아일보 IT 담당 기자들의 오프라인 블로그란 의미입니다. 동아 오프-블로그를 통해 IT업계의 ‘재미있고’ ‘화제가 될’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겠습니다. 》
지난주 방문한 구글코리아 본사는 ‘피터팬’과 ‘웬디’가 산다는 네버랜드를 연상시켰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22층에 발을 들이는 순간 구글 특유의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이 눈에 펼쳐졌다. 입구에 놓인 기계에 이름을 입력하고 서명을 하면 ‘방문자’용 스티커가 발급된다. 네버랜드 입장권인 셈이다.
드디어 문을 열고 들어간 구글, 말 그대로 ‘구글리(googly)’했다.
커다란 중앙홀 한가운데는 한식과 중식, 양식 요리가 아우러진 뷔페 스타일의 점심 식사가 한창이었다. 매일 아침과 점심때마다 제공된다는 이 식사는 일반 회사나 학교 급식과 비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날의 대표 메뉴는 쌈밥 한정식, 중국식 볶음면 요리, 연어 스테이크 등이었다. 이 밖에도 채식주의자를 배려한 채식 코너부터 외국인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수제 햄버거 요리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선 한 사람당 3접시는 기본이라고 한다.
식사를 위해 마련된 의자 수에 비해 테이블 수가 많지 않은 점도 특이했다. 의자는 충분히 갖다 놓는 대신 테이블 수를 줄여 서로 잘 모르는 직원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섞여 앉게끔 하려는 회사 측의 ‘계산’이라고 한다.
한편 밥 먹는 도중 옆에선 또 다른 특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직원들이 식사를 마치기 무섭게 혹은 먹는 중간 중간에 제기차기와 모형 축구, 탁구 등 가벼운 운동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알아보니 ‘구글 올림픽’ 기간이란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이 회사 엔지니어인 김형욱 씨가 7월 29일 “구글만의 올림픽을 열어 보자”며 전체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낸 데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 뒤로 이어진 동료 직원들의 열띤 참여 신청에 힘입어 약 5주간 매일 점심시간이면 구글 사무실은 온통 ‘운동판’이 됐다. 윷놀이, 제기차기, 닌텐도 WII 테니스 게임, 볼링 게임 등 모두 네 종목에 90여 명이 참가했다. ‘사무실 내 이어달리기’ 등 육상 종목은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포기했다고 한다.
구글 올림픽에 직책이나 체면은 없었다. 종목별로 조직위원장을 뽑아 경기 진행과 심판 역할을 맡았고 화장실과 복도에는 매일 경기 대진표가 참여 직원의 사진과 함께 붙었다. 구글코리아 이원진 사장도 테니스 게임에 출전했으나 예선 첫 경기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매년 설문조사에서 대학생들이 꼽는 가고 싶은 외국계 기업 1위의 저력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닌가 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