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코리안 거포 입체분석
추신수: 공격-수비-주루 다재다능… 중거리포 최고조
최희섭: 뇌진탕 부상 뒤 ‘선구안-장타력 상승세’ 꺾여
○머니볼 vs 파이브 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본 한국 출신 타자는 최희섭(29·KIA)과 추신수(26·클리블랜드)가 유이하다. 재미있게도 양대 한국인 타자는 고전야구와 신(新)야구를 상징한다. 최희섭은 메이저리그의 뉴웨이브 ‘머니볼’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였다.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의 보좌역 출신인 폴 디포데스타는 다저스 단장으로 부임하자 2004년 7월 핵심선수 3명을 내주고 최희섭과 브래드 페니를 플로리다에서 받아오는 빅딜을 단행했다. 이 트레이드는 LA 지역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그러나 마이너 시절부터 최희섭은 선구안이 빼어나고(출루율), 파워를 갖춘(장타율)데다 몸값까지 싼 전형적 머니볼 히터였다. 실제 마이너 때만 해도 최희섭은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와 동급 대우를 받았다. 다저스에 와서도 최희섭은 4연전 7홈런이란 강렬한 임팩트를 보여주기도 했었다.
반면 추신수는 고전야구가 선호하는 컨택능력-파워-어깨-수비-주루를 두루 갖춘 파이브 툴 유형이다. 스스로 밝힌 바대로 추신수의 타격 스타일은 선구안보다 초구부터 공격적이다. 중거리 타자치곤 볼넷은 적고 삼진이 많은 편이지만 역동적이고 ‘클러치히팅’이 된다.
○트레이드 비운 vs 반전
최희섭은 컵스에서 빅리그 데뷔를 했고, 마크 그레이스의 후계자로 지목받았다. 그러나 뇌진탕 부상 뒤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데릭 리가 넘어오면서 플로리다로 떠났다. 이곳에서 두각을 보인 탓에 다저스로 온 것이 결과적으로 재앙이었다. 데려온 디포데스타와 달리 현장의 짐 트레이시 당시 감독은 최희섭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고, 플래툰 기용을 고집했다. 결국 다저스에서 버림받고 보스턴-탬파베이에서 재기를 노렸지만 KIA로 이적, ‘빅초이’의 꿈은 미완으로 남았다.
추신수도 첫 구단 시애틀에선 이치로란 걸물에 막혔다. 팀내 외야 자원이 풍족한 점도 불운이었다. 마크 하그로브 당시 감독은 추신수의 중견수 수비까지 문제 삼았다. 결국 2006년 7월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됐는데 이것이 인생의 반전이 됐다.
중견수엔 그래디 사이즈모어가 있기에 좌익수와 우익수 코너 외야수로만 뛰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에릭 웨지 감독도 추신수를 좋게 봐줬다. 5월까지 부상 재활 기간이 있었지만 마크 샤피로 단장은 추신수를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빅리그 데뷔 이래 최고 성적으로 내년 시즌 개막 로스터 진입과 풀타임 빅리거를 사실상 예약하기에 이르렀다.
○‘퇴보’ 최희섭 vs ‘일취월장’ 추신수
전문가들은 두 타자의 스타일이 다른 만큼 직접 비교는 어렵다는 시각이지만 아무래도 현재진행형인 추신수의 잠재력을 평가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최희섭은 동양인으로서 나오기 힘든 1루수이자 파워히터다. 반면 추신수는 외야수로서 공수주를 갖춘 중거리타자다. 후쿠도메(컵스)나 이와무라(탬파베이)보다도 대성할 수 있다”고 평했다.
또 송재우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최희섭은 마이너 시절의 타격폼이 오히려 빅리그 승격 뒤 흐트러져서 몸쪽 볼에 약점을 노출했다. 반면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에서 ‘25홈런도 칠 수 있다’란 기대 이상의 장타력을 보여주면서 주전 굳히기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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