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은 촌스러운 게 아니라 프로 수준의 이미지 연출가'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돌풍을 몰고 온 세라 페일린의 이미지가 '촌스럽고 평범한 엄마들을 대변한다'고들 하지만, 패션 전문가의 눈엔 세심하게 계산된 전략의 결과로 보이는 모양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패션 평론가 부스 무어는 최근 페일린의 패션을 분석하면서 그가 프로 수준의 이미지 게임 연출가라고 주장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후보 지명 경쟁에 나섰을 때 패션잡지 보그와의 인터뷰를 거절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페일린은 부통령 후보에 지명된 후에는 촌스러운 이미지 대신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5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던 날, 페일린은 가슴 굴곡이 드러나 보일만큼 앞이 깊이 파인 검은 새틴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이를 두고 무어 씨는 "이 '정치적 결혼'에서 페일린은 자신이 트로피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공한 중장년 남성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지칭하는 '트로피 와이프'에 빗대 페일린이 장식품 같은 자신의 위치를 되레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틀어 올린 뒷머리는 '내겐 머리 모양새를 걱정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머리를 대충 틀어 올리고 주지사, 순록 사냥꾼, 아이들을 돌보고 하키 연습에 데려가는 엄마 등의 역할에 더 열중하는 이미지를 전해준다.
그러면서도 머리 앞쪽은 뿌리부터 공들여 손질한 듯 둥그렇게 부푼 스타일을 고수한다. 공화당 지지층과 텍사스의 거액 후원자들이 좋아하는 전통적 스타일이다.
게다가 페일린의 머리는 미국 정치무대에서 주목받은 역대 어느 여성 정치인보다 길다. 무어 씨는 "페일린이 그 윤기 나는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그녀의 남자 곁에 머물 것같은 분위기"를 연출해낸다고 촌평했다.
이밖에 늘 딱 붙는 타이트스커트를 입고 맨 다리로 앞이 트인 구두를 신는 것도 "그녀의 몸에서 가장 볼만한 각선미의 매력을 과시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됐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