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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亡在於無所守, 危在於無號令

입력 | 2008-09-11 02:58:00


亡(망)은 굽어져 가려진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나타냈다. 逃亡(도망)하다의 본뜻에서 亡失(망실)하다, 滅亡(멸망)하다, 死亡(사망)하다의 뜻으로 확대됐다. 脣亡齒寒(순망치한)은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관계가 밀접하여 한쪽의 멸망이 다른 쪽의 위기가 됨을 비유한다. 在於(재어)는 ‘∼에 있다’ 또는 ‘∼에 달려 있다’에 해당한다.

守(수)는 집을 뜻하는 면(면)과 법도를 뜻하는 寸(촌)을 합해 법도의 관장을 나타냈다. 그로부터 지키다의 뜻으로 확대됐다. 守護(수호)하거나 보위하다, 유지하다의 뜻도 된다. 창업보다 어렵다는 守成(수성)은 선조나 앞사람이 이룬 것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 遵守(준수)처럼 따르다의 뜻도 된다. 所守(소수)는 지키는 것, 즉 원칙이나 법령을 의미한다. 危(위)는 사람이 절벽 위에 서 있는 것이며, 危險(위험)이나 불안함을 뜻한다.

號(호)는 약자로 쓰는 호(호)가 원래 형태이며 口(구)가 의미요소이다. 본뜻은 큰 소리를 치는 것이다. 號哭(호곡)은 큰 소리로 슬피 우는 것이다. 號令(호령)처럼 부르거나 명령하다, 稱號(칭호)처럼 일컫다, 商號(상호) 또는 記號(기호)처럼 이름 또는 표지나 신호의 뜻이 있다.

令(령)은 명령이나 법령의 뜻이다. 책임자급의 관직명에 많이 쓰였으며, 남의 친속을 높이는 말로도 쓰인다. 令尊(영존)은 남의 아버지, 令夫人(영부인)은 남의 아내의 높임말이다. 아들은 令息(영식), 딸은 令愛(영애)이다. 號令(호령)은 명령의 발포, 즉 집행을 의미한다.

반드시 준수하는 원칙이나 기준이 없다면 혼란 속에서 망하는 수밖에 없다. 또 권위와 강제력을 지닌 집행이 불가능하다면 원칙이나 기준은 무의미하다. 전국시대의 병법서 ‘尉(료,요)子(위료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