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간첩 원정화가 10일 오전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수원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그는 공판에 앞서 ‘전향서’를 제출했으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김재명 기자
여간첩 원정화 어제 첫 공판… 혐의 모두 시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위장탈북’ 여간첩 원정화(34) 씨에 대한 1심 첫 공판이 10일 오전 10시 반 수원지법 형사11부(신용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원 씨는 위장탈북한 뒤 국내에 들어와 군 장교 등에게 접근해 탈북자 정보와 군사기밀 등을 북측에 넘긴 것을 비롯해 검찰이 기소한 범죄혐의를 시인했다.
1시간쯤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은 원 씨가 중국과 일본을 드나든 행적 등 자료 261건을 재판부에 증거로 신청했다. 이날 수원지법 310호 법정에 모습을 나타낸 원 씨는 연두색 수의를 입고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생머리를 머리끈으로 단정히 묶은 모습이었다. 여성 교도관 2명의 부축을 받아 법정에 들어서던 원 씨는 방청석이 가득 찬 것에 놀란 듯 잠시 멈칫하기도 했다.
재판장이 신원을 확인한 데 이어 피고인석에 앉은 원 씨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기 시작했다. “공소사실이 맞습니까?”라고 재판장이 묻자 원 씨는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예”라고 답변했다.
“전향서를 제출한 것이 본인의 의사입니까?”라는 다음 질문에도 원 씨는 “예”라고 말했다. 대답을 마친 원 씨는 고개를 숙였고, 얼굴엔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원 씨는 전향서에서 “어릴 때부터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와 주체사상만을 배우고 수령님과 장군님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 한다고 배웠다”며 “그러나 남한에서 생활하면서 북한의 체제가 너무 많이 잘못됐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밝혔다.
또 “이제 나에겐 일곱 살 된 딸밖에 없다. 다시 태어나게 해주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딸과 행복하게 살겠다”며 선처를 간청했다. 원 씨는 전향서에서 자신을 ‘대역죄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기자
2, 3분가량 눈물을 흘리던 원 씨는 검사의 증거요지 설명이 진행된 40여 분 동안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날 공판이 열린 수원지법에는 100여 명의 국내외 기자가 몰려들었다. 특히 일본 방송사들은 위성중계(SNG) 차량까지 배치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아사히TV는 법정 촬영을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공판은 10월 1일.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