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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속살’ 살펴보고 선배‘지갑’ 열어봐요

입력 | 2008-09-11 02:58:00


프랜차이즈 본사 재무상황 등 정보공개 의무화

《다니던 중소 건설업체의 부도로 실직한 김모(40) 씨는 지난해 3월 창업자금 약 1억 원으로 배달전문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에 33m²(약 10평) 규모의 점포를 열고 배달 직원도 뽑았다. 본사는 “주택가를 배후로 하고 기존 상권도 발달돼 있어 월평균 순이익이 최소 500만 원을 넘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개업 직후부터 실적은 실망스러웠다. 월 매출액은 약 1000만 원이지만 재료비, 월세, 관리비, 인건비 등을 빼면 순수익이 200만 원을 넘지 않았다. 6개월 동안 본사가 장담한 순이익(50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창업 9개월 만에 점포 문을 닫았다. 김 씨는 “기존 가맹 점주들을 직접 만나 조언을 들었어야 했는데 본사 말만 믿은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

평생직장 개념이 약해지면서 많은 직장인이 창업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창업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해 직장인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선호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를 고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 프랜차이즈 정보를 한눈에

정부는 지난해 8월 가맹사업법을 개정하고 프랜차이즈에 가맹하려는 예비 창업자 보호에 나섰다.

‘정보공개서 등록 의무화’ 조항이 신설됐는데 내용은 가맹 본사의 재무 상황, 가맹점 수, 가맹 금액, 영업 조건, 지난해 가맹점 사업자의 평균 매출액(추정치) 등 70여 가지.

또 지난달 4일부터 가맹 점주는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으면 신규 가맹점을 모집할 수 없도록 했다. 예비 창업자들은 가맹 본사에 요청하기만 하면 정보공개서를 받아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점포 예정지 인근의 10개 가맹점 명세를 예비 창업자에게 알려줘 주변에서 먼저 창업한 선배들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9월 현재 정보공개서를 공정위에 등록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760여 개.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가 약 2000개(공정위 추산)인 점을 감안하면 3곳 중 1곳 정도만 등록한 셈이다.

이경만 공정위 가맹유통과장은 “가맹 본사의 정보공개서 공개 제도를 통해 건전한 프랜차이즈만 살아남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들 것”이라며 “예비 창업자는 여러 가맹 본사의 정보공개서를 비교 검색해 자신에게 맞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물류 시스템과 직영점도 체크

계약서 내용과 정보공개서 내용을 꼼꼼히 비교해서 차이가 있으면 반드시 가맹 본사에 확인을 해야 한다. 일단 계약서에 서명하면 쉽게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해지하더라도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등 여러 제약이 따른다.

가맹 본사가 향후 예상 매출액과 순이익 등을 밝히면 이를 서면으로 받아 놓는 게 좋다. 구두로 예상치를 전하거나 기존 광고 등을 참조하라고 하면 허위 과장 정보를 제공하는 프랜차이즈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가맹 본사가 서면으로 수익 정보를 줬을 때는 산출 근거까지 요구해야 한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 본사의 사무실에 수익 산출 근거자료를 두도록 하고 예비 창업자가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맹 본사가 물류 시스템을 갖췄는지, 직영점을 운영하는지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프랜차이즈 특성상 본사가 각종 식자재를 배달해주기 때문에 물류 시스템이 부실하면 그 프랜차이즈는 성장하기 힘들다.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는 가맹 본사가 그만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직영점이 얼마나 잘 되는지를 보면 본사의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소장은 “가맹비나 로열티가 없다는 말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며 “가맹비나 로열티는 경영지도, 가맹점 교육, 판매 촉진, 홍보 등에 재투자되기 때문에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가맹점 이익으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Q&A

본사가 망하면 가맹금은?… 2개월내 반환 요구해야

가맹금을 냈는데 프랜차이즈 본사가 망했다면 그 가맹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Yes’다. 현행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부실한 가맹 본사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해 ‘가맹금 예치(預置·맡겨 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맹금을 본사에 바로 지급하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은행 등에 맡겨두는 방식이다.

예비 창업자가 영업을 시작하거나 계약 체결 후 2개월이 지나면 가맹금이 가맹본부로 지급된다. 만약 가맹 본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가맹금이 지급되기 전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거나 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해야 한다. 해당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맹금 지급이 보류되기 때문이다.

만약 가맹 본사가 가맹사업법상 일정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가맹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맹 본사가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거나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를 통한 계약,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했을 때에는 가맹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맹금 반환이 무한정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을 하기 전이나 계약 체결 후 2개월 이내, 또는 사업 중단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가맹 본부에 ‘서면’으로 가맹금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