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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황규인]교재 지원도 못받는 ‘농어촌 영어 봉사’

입력 | 2008-09-12 02:44:00


교육과학기술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에 따라 현재 380명의 교포 대학생이 ‘대통령 영어봉사 장학생(TaLK)’으로 초청돼 이번 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 원어민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포 학생 및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농산어촌 초등학교의 방과후학교 등에서 영어를 가르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이 일선 학교에서 어떻게 근무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경기 동두천시 봉암초등학교 등에서 근무하는 교포 대학생 3명을 만나 보았다.

기자가 봉암초등학교 1학년의 방과후학교 교실을 찾았을 때 캐나다 교포학생 스티브 박(25) 씨는 추석을 소재로 영어 수업을 하고 있었다.

“두 유 라이크 송편(Do you like Songpyeon)?”

박 씨가 영어 대화를 읽어나가자 35명의 학생은 박 씨의 발음을 따라 읽었다. 보조 교재로 사용되는 TV 화면에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이 송편을 들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교실 정면 칠판에는 이날 배우는 표현 대신 알파벳을 알려주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박 씨는 “교재가 도시 학생 수준으로 만들어져 이곳 학생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것 같다”며 “기초가 없는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얼마나 따라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포 장학생들은 올여름에 4주간의 연수를 마친 뒤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지만 부족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들은 영어체험 센터나 멀티미디어 기자재 등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에서 온 제임스 김(28) 씨도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많은데 수업에 쓸 보조 교재를 찾고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며 “4주간 오리엔테이션을 받았지만 수업 내용에만 치우쳐 한국의 교육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강단에 섰다”고 말했다.

제시카 나(20·여) 씨는 “초등 4학년 때 이민을 갔는데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어 자원했다”며 “학급당 학생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학생 수가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대통령 영어봉사 장학생 제도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영어정책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성급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는 만큼 교육당국은 지금부터라도 중간 점검을 해보고 문제점을 보완하길 바란다.

황규인 교육생활부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