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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학교선택제 확산… 차별화 경쟁 후끈

입력 | 2008-09-12 02:57:00


학생들 선호지역 전입 줄잇고 비선호 지역은 줄어

경쟁 통한 실력 향상 평가속 “서열화 조장” 비판도

일본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선택제가 확산되면서 잘나가는 공립학교와 그렇지 못한 공립학교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아에라가 최근 도쿄(東京) 도내의 구립 및 시립 중학교 40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나토(港) 구의 오나리몬(御成門) 중학교 등 10곳은 올해 입학률이 1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률이란 입학자 수를 진학구역 안에 주민등록을 둔 취학 대상자로 나눈 수치.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다른 구역으로 빠져나간 학생보다 다른 구역에서 편입해 온 학생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네리마(練馬) 구의 하카리가오카(光が丘) 제2중학교는 입학률이 무려 240%에 이르렀다.

반면 입학률이 한 자릿수이거나 10%대에 불과한 중학교도 6개나 있었다.

이처럼 학생들이 극단적인 쏠림현상을 보임에 따라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차별화 경쟁도 불을 뿜고 있다.

스기나미(杉竝) 구에 있는 와다(和田) 중학교는 차별화 전략으로 유력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웬만한 사립 명문대보다 더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오사카(大阪)의 공교육을 뿌리째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지사가 후지와라 가즈히로(藤原和博) 전 와다중 교장을 특별고문으로 모셔갔을 정도다.

와다중이 ‘블랙홀’처럼 학생을 빨아들이면서 ‘개성 없는’ 공립학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에라에 따르면 위기를 느낀 다른 구립 중학교의 경우 교장이 직접 초등학교의 보호자 모임에 출석해 홍보 활동을 하거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교공개 행사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무사안일과 몰개성으로 얼룩진 공립학교에 경쟁을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학교선택제가 적지 않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

일부 학자는 학교선택제가 공립학교의 학력을 높이고 사립학교의 학력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내각부도 지난해 12월 학생들에게 인기 있거나 특색 만들기에 성공한 공립학교들이 전국학력평가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학교선택제의 가장 큰 장점은 경쟁을 통한 학력 향상보다는 학생이 스스로 갈 학교를 고르는 자유 자체에 있다는 반응이 많다.

문부과학성이 2006년 중학교 선택제를 도입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선택제의 장점을 조사한 결과 61.6%가 “학생이 자신의 개성에 맞는 학교에서 배울 수 있게 됐다”고 대답했다. 이에 비해 “학교 간 경쟁으로 교육의 질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12.4%에 그쳤다.

‘학생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도야마(富山) 현 도야마 시가 5월 중학교 1학년생과 학부모 32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택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96.6%, 불만이라는 답변은 3.4%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교선택제가 공립학교 간 서열화를 조장하고 학교와 지역사회 간 유대관계를 파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