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서 그만두라 하겠나”
“악연도 인연이라면 인연….”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사진)이 11일 종교편향 문제로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파면 요구를 받아온 어청수 경찰청장과의 옛 인연을 언급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관 스님은 이날 서울 종로구 견지동 총무원 구내식당에 기자들을 초청해 연 오찬에서 1993년 경남 합천 해인사 주지를 맡았을 당시 어 청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스님은 합천경찰서장으로 부임한 어 청장이 해인사를 찾아와 동국대 재학시절 교내 법당인 정각원을 언급해 대화를 나눴다고 회고하면서 “내 (대학)후배이자 구면인 어 청장과의 이런 악연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어 청장이 미워서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가 문제”라면서 “이 일이 오래가서는 안 되고 이른 시일 내에 정부가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어 청장은 불교계의 동의 없이 10일 오후 대구·경북 범불교대표자 간담회가 열린 대구 동화사를 찾아가 지관 스님에게 사과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날 오찬에서는 여전히 어 청장이 무례하고 예의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차라리 어 청장이 108배를 했으면 나았을 텐데”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총무원의 부장 스님은 “문제는 사과의 진정성이다. 어 청장이 한쪽에서 108배를 했다면 대중의 마음이 돌아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靑, 지관스님에 수삼 선물
한편 대책위원장인 원학(조계종 총무부장) 스님은 지관 스님이 추석 선물로 잣을 보낸 데에 대한 답례로 청와대에서 총무원장 스님에게는 수삼, 부장 스님들에게는 다기 세트를 보냈는데 부장 스님들은 전례가 없어 받지 않으려다 임삼진 대통령 시민사회비서관이 직접 찾아오는 바람에 받아놓았다고 전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