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육상 100m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2)가 두 다리 의족(義足)으로 뛰어 11초17을 기록하며 우승했다. 준족이 돋보이는 축구 선수의 100m 기록이 11초대라니 ‘생체(生體)다리’로도 내기 힘든 속도다. 베이징 올림픽 100m에서 세계신기록을 낸 우사인 볼트(9초69·자메이카)보다 1초48, 여자 육상 100m 금메달(10초78)보다는 불과 0.39초 뒤지는 기록이다.
▷피스토리우스가 의지하고 있는 제이(J) 모양의 첨단 의족은 탄소섬유로 제작돼 무릎과 엉덩이 충격을 흡수하고 탄력도 있다. 밑바닥에는 축구화처럼 스파이크가 박혀 있다. 아이슬란드 오수르사(社) 제품으로 많은 장애인 육상 선수가 사용한다. 그러나 미국 마이애미 의대 로버트 게일리 교수는 “정상적인 다리는 땅을 디딘 뒤 탄력을 붙여 에너지를 240%까지 사용하지만 의족은 땅을 디딜 때의 에너지 중 80% 정도만 다시 뛰어오르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데이터를 내놓았다. 그만큼 현저하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피스토리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 종아리뼈가 없었고 생후 11개월 때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어렸을 때부터 의족을 다리 삼아 럭비 수구 같은 운동을 섭렵했다. 이번 우승 뒤 “다리가 정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없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런 생각은) 비장애인들이 나를 보면서 ‘의족을 끼고 달리는 건 어떨까’라고 묻는 것과 똑같다. 나는 나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비장애인 선수들과 육상 400m 예선에서 겨뤘지만 기준 기록을 넘지 못해 탈락했다. 그러나 기록이 계속 빨라지고 있어 언젠가는 그가 우사인 볼트와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피스토리우스가 아무리 노력해도 볼트와 상대해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의족으로 뛰는 그가 예선을 통과해 스타트 라인에 볼트와 나란히 서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도 같다. 불굴의 도전정신과 집념 어린 노력이 슈퍼맨을 낳는다는 사실을 피스토리우스가 다시 한 번 인류에게 입증해 보이고 있다. 누구나 좌절하지 않는다면 희망이 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