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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입양아 고국서 연주무대

입력 | 2008-09-13 01:54:00

사진 제공 이스라엘문화원


바이올리니스트 고수지 양 18일 KBS교향악단과 협연

“음악을 통해 어린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생후 6개월에 이스라엘에 입양됐던 바이올리니스트 고수지(13) 양이 18일 오후 7시 반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KBS교향악단과 함께 국내 데뷔무대를 갖는다.

충청도의 한 보육원에서 1995년 이스라엘로 입양된 고 양은 예루살렘대에서 고고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아버지의 권유로 세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고 양은 예루살렘 루빈 음악원의 루드밀라 펠드만 교수의 지도를 받던 일곱 살 때 예루살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며 무대에 데뷔했다.

“세계 현악계에는 이츠하크 펄먼, 길 샤함, 핀커스 주커만, 바딤 레핀 등 유대계 음악가가 즐비합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어릴 적부터 비싼 레슨비 없이도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무척 좋았어요. 이스라엘이나 한국 모두 음악적 재능이 훌륭한 민족이라는 게 공통점인 것 같아요.”

고 양은 열 살 때부터는 미국 시카고로 유학해 노스웨스턴대와 시카고 음악원의 유대계 교수인 알미타 베이모스, 마르코 드레허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다. 고 양은 세계 현악계를 주름잡는 유대계 음악가들의 주선으로 미국 카네기홀,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위스 등 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연주회를 갖고 있다.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이스라엘 문화원이 KBS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대한민국-이스라엘 60년 음악회’에서는 이스라엘 출신 지휘자 아리엘 주커만이 고 양과 함께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작품 99)을 협연할 예정이다. 길고 까다로운 솔로 카덴차(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즉흥 연주)가 있는 대곡을 13세 소녀가 연주한다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입양아 출신인 고 양은 이번 연주회를 앞두고 1일 국제 월드비전으로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고아들을 돕는 ‘희망의 대사’로 임명됐다.

고 양은 “두 다리에 장애가 있으면서도 앉은 채로 경이적인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는 이츠하크 펄먼을 가장 존경한다”며 “나처럼 친부모님의 얼굴을 알지 못하는 지구촌의 고아들이나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