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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도 훈련땐 조수미” 목소리도 경쟁력인 시대

입력 | 2008-09-15 07:25:00

김정규 소장은 '목소리는 원하는 대로 디자인될 수 있다'며 '목소리는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사진제공 에듀 클래식.


"먼저 애국가를 불러보세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목소리 등급은 D등급입니다."

"네?"

평소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 하는 여린 목소리가 고민스럽기는 했으나 목소리가 듣기 싫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다. 그런데 D등급이라니….

"발성이 전혀 되지 않는 어린이 목소리를 가지셨군요. 사회생활 하면서 불편하지 않은가요? 단순히 목소리가 좋은가 아닌가 보다 얼마나 올바른 발성을 하고 있느냐가 등급의 척도입니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 때문에 빚어진 듯한 온갖 불리한 상황들이 줄줄 떠오른다. 설마 그때 그 취재원이 냉담했던 것도 혹시 목소리 때문에?….

한국 첫 목소리 코치인 김정규(45) 깐딴떼 보이스 연구소장을 만나 직접 수업을 들어 보았다.

미국에서는 목소리 코치가 가수, 뮤지컬 배우 뿐만 아니라 기업, 정치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음색, 말의 속도 등을 지도해주는 등 영역이 날로 넓어지는 추세다.

김 소장은 "한국말 발음 자체가 입 앞에서 나고 호흡이 새어나가기 때문에 한국인 대부분이 발성이 안 되는 목소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에게도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고치려면 소리가 나오는 위치인 '소리 구멍'을 목 뒤쪽으로 깊숙이 보내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했다.

"따라해 보세요 아…아…."

"아… 아…."

"소리가 혀끝에서 나고 있어요. 소리를 목구멍 끝으로 밀어 넣는다는 느낌으로 다시 해 보세요."

"아… 아…."

"노래도 못 하시겠네요. 핫…핫…이렇게 횡경막으로 호흡하면서 소리를 뒤로 밀어 넣어 보세요."

소리의 위치를 자로 재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소리를 내야 하는 건지 진땀이 삐질 흐른다. '밀어 넣는다'는 기분을 상상하려 애를 쓰며 따라 했더니 조금 감이 잡힐 것도 같다. 이렇게 소리를 제 위치에서 나도록 하는 연습부터 시작해 목소리를 새로 디자인하게 된다.

목소리를 교정 받으려면 먼저 자신의 목소리를 진단하는 등급 시험을 치러야 한다. 노래를 부르고 시 낭송을 하면 발성, 발음, 언어 등 32개 항목을 평가하여 자신의 목소리가 A~F 등급 중 어디에 속하는지 평가받는다.

"박경림 씨도 4개월 정도 훈련을 받으면 조수미 씨 같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어요. 좋은 목소리를 내려면 호흡법, 공명법, 성대의 올바른 사용법을 배워 발성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김 소장은 좋은 목소리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연습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 목소리 코치를 많이 찾는 사람들은 뜻밖에도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고객 상담이나 프리젠테이션 등이 늘어나면서 설득력과 신뢰감 있는 목소리의 비중도 높아져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강생인 D증권의 한 간부는 혀 짧은 목소리 때문에 설소대(혀 밑과 입안을 연결하는 띠 모양의 주름)를 끊는 수술을 했을 정도라고 한다.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를 하거나 연설을 해도 전혀 목소리에 권위가 없어 사회생활을 자신감 있게 하기가 어려워서다.

"목소리를 고치고 나니 직장생활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하셔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목소리가 바뀌면 자세도 꼿꼿해지고 사고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목소리 코치를 직접 받은 수강생들은 자신감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는다.

유치원 교사 장은혜(28)씨는 원래 허스키한 목소리인데다 하루 종일 아이들을 가르치고 동화구연을 하다보면 목이 너무 아팠다. 아이들도 자신의 '쇳소리 동화구연'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고민스러웠다.

"처음에는 목소리 교정이 도대체 가능할까 싶었지만 5개월간 집중 훈련을 한 후에 목소리도 부드러워지고 특히 목이 아프지 않아 만족스러워요. 아이들 앞에서 더 당당해졌고요"

김종섭(47) 에듀클래식 대표는 업무상 회의가 많아 목을 혹사한 경우다. 흔히 큰소리를 내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데 이러면 성대 폴립이나 성대 결절로 이어지기 쉽다. 전에는 목이 쉬면 2~3일이 가야 회복돼 거의 쉰 목소리로 지냈으나 요즘은 반나절이면 원래 목소리가 돌아온다.

"목소리가 우렁차지니 자신감도 생기고 발언에 설득력도 생겼어요. 덤으로 성악에 관심이 생겨 새로운 취미도 얻었습니다."

대략 3 ~ 6개월 정도 매주 1회 레슨을 받으면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를 만들 수 있다. 김 소장은 "목소리가 바뀌면 삶의 태도도 달라진다"며 "목소리가 경쟁력인 시대"라고 멋진 목소리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깐딴떼 보이스 디자인 연구소 www.voicedesign.co.kr, 742~4060

동아 깐딴떼 보이스 디자인 과정www.dongace.com, 312-1960~1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영상취재 : 우경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