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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제 惡材들 ‘선제적 대응’으로 타개해야

입력 | 2008-09-16 03:00:00


실제보다 부풀려졌던 ‘9월 위기설’은 넘겼지만 우리 경제의 속 실력(펀더멘털·기초여건)은 여전히 불안하다. 세계 경기의 둔화가 예상보다 깊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큰 타격을 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다소 떨어졌지만 내수와 기업투자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물가 불안도 해소되지 않고 서민경제를 계속 압박한다.

미국발(發) 금융시장 충격부터 최소화해야 한다. 추석 연휴에 세계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했고 3위인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넘어가는 등 미국 금융시장이 ‘패닉(공황)’에 빠졌다. 그 여파로 어제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폭락했다. 우리 금융시장도 국내 금융회사의 투자 손실 등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민생의 어려움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5.6%나 오른 가운데 가계부채는 가구당 4000만 원으로 10년 전의 3배로 불어났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고 주택 미분양에 허덕이는 중소건설사의 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면에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6만∼18만 개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대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10년래 최저치인 63.2%에 불과하다. 20대 청년 중 구직활동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취업준비자가 무려 242만 명이나 된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관련 루머에 늑장 대응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등 ‘따라가기’식 대증(對症)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구태의연한 물가 관리나 실적 위주의 규제 완화 등으로는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정부가 금융과 실물 부문 곳곳의 불안요소들에 대해 선제적(先制的)으로 유효하게 대응해야 경제 악재의 불씨를 끌 수 있다.

추석 민심은 정부여당에 실망했지만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는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향후 경제운용은 전적으로 현 정부의 책임이다. 대외요인이나 전(前)정부 탓을 계속 했다가는 국민의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외 악재를 비롯한 경제 상황을 꿰뚫어보고 예방적 대응에 성공해야만 얽히고설킨 난제들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