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지역의 대학들이 국책 사업이나 유학생 유치 등을 공동 추진하는 ‘대경 대학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대구 경북지역 23개 4년제 대학과 26개 전문대학의 기획처장 등으로 구성된 ‘대구 경북지역 대학 기획처·실장 협의회’는 최근 대구에서 모임을 열고 이 같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특정 지역의 수십 개 대학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협력 체제를 시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대구시내에 있는 경북대와 계명대 등 일부 대학의 반응은 소극적인 편이다.》
4년제 등 49개大, 국책사업-유학생 유치 공동추진 컨소시엄 구성 합의
▽‘컨소시엄 구성으로 경쟁력 강화를!’=이 협의회와 대구경북연구원은 지역 대학들이 대형 국책사업을 비롯해 대학별 학생연수프로그램 등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데서 생기는 지나친 경쟁과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 컨소시엄을 구축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우선 △외국 대학 교류 프로그램 공동 운영 △유학생 공동 유치 △공동 인턴십 지원센터 운영 △대경교육학술진흥재단 설립 △대학 축제 공동 개최 등을 구상하고 있다.
또 다음 달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지역 경제계와 공동으로 대학 컨소시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이 컨소시엄의 모델인 일본 교토지역의 대학컨소시엄 관계자들과 국제세미나를 개최한 뒤 연말까지 컨소시엄을 발족할 계획이다.
1990년 초에 15개 대학을 중심으로 출범한 교토지역 대학컨소시엄은 현재 50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협의회 박성호(47·경일대 기획처장) 회장은 15일 “약 50개의 지역 대학이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 지자체와 정부의 정책에 대응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라며 “컨소시엄이 구성되면 특정 대학이 아니라 별도로 세운 법인이 운영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대표적인 비효율 사례로 중국 유학생 유치를 꼽았다. 대구와 경북지역에는 매년 5000여 명의 중국 유학생이 오지만 대학 간 협력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연구원 홍철 원장은 “지금처럼 경쟁만 있고 협력이 없으면 대학 전체의 대외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학끼리의 다양한 협력은 기업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지역 경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아=그러나 일각에서는 협력을 해서 경쟁력을 키우자는 원론에는 찬성하지만 대학의 규모와 사정 등이 다른 점을 고려하면 실속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0여 개 대학이 밀집해 ‘대학도시’로 불리는 경북 경산시의 경우 수년 전에 몇몇 대학이 학점 교류를 시도했으나 흐지부지됐으며, 대학축제 등을 공동으로 개최해 대학도시의 위상을 높이려는 정책도 추진했지만 대학들의 의견이 분분해 이뤄지지 않았다.
경산의 한 대학 총장은 “협력하자는 데 나쁠 것은 없지만 현재 부분적으로 하고 있는 공동 연구 이상으로 뭘 해보기가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경산시 관계자도 “가장 협력이 안 되는 곳이 대학”이라며 “수년 전부터 대학들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런 진전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처장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경북대의 한 관계자는 “특정 사안이 있으면 협력이 필요하겠지만 상설 기구처럼 만들어 협력 체제를 구축한다고 해서 어떤 구체적인 효과가 생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