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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톨이’ 고은아 “외톨이 심정 알아요…저도 정신과 치료 받고 펑펑 울어”

입력 | 2008-09-16 07:54:00


“1년 동안 외톨이였죠.”

1년여 만에 영화 ‘외톨이’(감독 박재식·제작 영화사 다물)로 돌아온 고은아(20·사진). ‘그 밝은 성격으로 어떻게 은둔외톨이(히키코모리)를 연기했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여전히 밝은 미소지만 그 안에 1년 동안 느꼈을 외로움이 깃들여있었다.

전남 장성의 과수원집 막내딸로 연기자가 되고 싶은 꿈에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지 몇 해. 고은아는 CF 모델로 얼굴을 알렸고 영화 ‘잔혹한 출근’,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를 통해 막 주연급 배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데뷔 때부터 함께 했던 소속사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1년 동안 활동을 하지 못했다.

“장근석과 함께 캐스팅된 ‘국립 수라원’의 제작이 무산돼 1년 동안 쉬었다. 그동안 고민도 많이 했고 집안에 혼자 앉아 하루 종일 가만히 있기도 했다. 어린아이 때부터 배우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뛰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나에 대해 고민했다.”

고교시절 순진하고 밝기만 했던 고은아를 생각하며 인터뷰를 시작했지만 착각이었다. 그 사이 정신적으로 한 층 성숙한 모습과 함께 연기자로 독기도 느껴졌다. ‘외톨이’는 친구의 죽음에 갑자기 세상과 담을 쌓고 방안에 숨어버린 히키코모리를 그린 호러 영화.

“히키코모리를 실제로 본 적이 없어 다큐멘터리를 구해보며 그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정신과에서 진료도 받았는데 외로움이 깊다는 진단을 받았다. 혼자 어두운 곳에 앉아 엉엉 우는 장면이 있었다. 영화에서처럼 똑 같이 혼자 울었다. 원치 않은 휴식을 취하며 다시 깨달은 연기에 대한 열정, 그리고 외로움에서 해방감이 있었는지 신나게 촬영했다.”

‘외톨이’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은 고은아를 ‘노숙자’라고 불렀다. 분장실에 머물다 감독이 부르면 나타나 연기하고 사라지는 여배우들이 많은 현장. 하지만 고은아는 1년 동안 ‘외톨이 시절’이 싫었는지 촬영 없는 날도 촬영장 먼지를 마셔가며 함께 했다. “붐 마이크고 들면서 거들고 피곤하면 소품에 기대서 졸고 함께 간식도 먹고 그런 모든 게 행복했습니다. 스태프들이 무슨 여배우가 신비감이 그렇게 없냐고 놀려대긴 했지만 현장이 좋았습니다.”

고은아는 데뷔 때부터 영화 포스터에 얼굴 한번 나오는 게 소원이었다고 했다. 소원풀이는 확실하게 한 것 같다. ‘외톨이’ 포스터에 3분의 2는 고은아다. “하하하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너무 빨리 소원이 이뤄졌네요.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외톨이’ 포스터가 붙여져 있어서 얼른 내렸죠. 주위 둘러보지도 않고 직접 때서 품에 안고 왔어요.”

고은아는 누구?

1988년 생. CF에서 차근차근 입지를 다지더니 드라마 ‘황금사과’와 영화 ‘썬데이 서울’, ‘잔혹한 출근’,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로 스크린 유망주로 떠올랐다. 화려한 외모 때문인지 서울 토박이로 오해받지만 전남 장수의 과수원집 막내딸이다. ‘외톨이’는 첫 스크린 주연작.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히키코모리가 되는 수나 역을 맡았다. 가족 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자살을 시도하고 가족을 위험에 빠트리는 핏빛 공포연기에 도전했다.

이경호기자 rush@donga.com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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