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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심 금물…이제 데뷔골은 잊어라”

입력 | 2008-09-16 08:29:00


데뷔전 1골1도움 박주영, 유럽 진출 성공하려면

유럽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인 차범근(55) 수원 감독과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데뷔 골에 대한 부담을 공공연하게 밝혔을 정도로 공격수들에게 득점에 대한 압박은 상상 이상이다. 특히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리그를 거친 박지성은 두 리그에서 맹활약했지만 좀처럼 터지지 않는 골로 한때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박주영(23·AS모나코)의 데뷔전 1골 1도움은 큰 의미를 지닌다.

● 3번째 데뷔 골

지금까지 유럽에 진출한 한국선수 중 데뷔전에서 골 맛을 본 선수는 서정원(38), 안정환(32·부산)에 이어 박주영이 3번째다. 서정원은 스트라스부르 입단 첫 경기인 98년 1월22일 리옹전에서 골을 터뜨렸고, 안정환은 FC메스 유니폼을 입은 2005년 7월30일 생제르망전에서 득점을 올렸다. 3명 모두 프랑스 리그 소속이라는 점이 공교롭다.

하지만 ‘데뷔전=골’이 리그에서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서정원은 프랑스 리그에서 16경기에 출전해 4골을 기록했고, 안정환은 2005년 1시즌 동안 16경기 출전해 2골에 그쳤다. 데뷔 골에 대한 만족 또는 자만심이 생길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첫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보여준 박주영이 이를 시즌 내내 이어갈 수 있을 지가 관심거리다.

● 1골도 넣지 못한 비운의 스타들

유럽 진출 후에 단 1골도 넣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올 여름 나란히 K리그로 복귀한 이동국(29·성남)과 이천수(27·수원)가 비운의 주인공.

이천수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을 발판삼아 2003년 스페인 리그 레알 소시에다드로 진출, 8월31일 에스파뇰과의 개막전에 선발 출전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천수는 후반 11분 볼이 상대 수비수 맞고 오른쪽으로 흐르자 이를 잡아 뛰어 나오는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로빙슛을 날렸으나 볼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 동료 코바세비치가 넘어지면서 오른발을 갖다대 골 대신 도움으로 기록됐다.

경기 후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때 골을 넣지 못한 것이 나중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천수는 이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이듬해 누만시아로 임대됐으나 정규리그에서 1골도 올리지 못한 채 2005년 울산으로 복귀했다.

이동국 역시 2007년 8월12일 블랙번과의 개막전에 후반 교체 출전했으나 시즌 내내 제대로 된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했으며, 골 결정력 부족에 대한 비판을 받은 끝에 결국 쓸쓸하게 K리그 유턴을 택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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