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 자동차를 ‘덴소 인사이드’라고 부른다. PC에 들어가는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인텔 인사이드’로 표시하는 데 빗댄 것이다. 세계 자동차업계 1위인 도요타의 경쟁력 뒤에는 부품의 30%를 공급하는 덴소사(社)의 경쟁력이 버티고 있다. 연매출 25조 원대로 세계 3위의 글로벌 부품그룹인 덴소의 성공 비결은 ‘현장의 힘’이다.
▷덴소는 20세 기능직 여직원이 생산라인을 멈추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엔진 조립 라인의 여공이 ‘겉으로 볼 때는 아무 이상이 없지만 조일 때 감각이 다르므로 이 나사는 불량일 것’이라고 상급자에게 보고해 불량사고를 막는 식이다. 그만큼 서로를 믿기 때문이다. ‘품질은 매뉴얼이나 설계도면이 아닌 사람(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덴소의 원칙이다. 그 바탕에는 1949년 도요타에서 분사(分社)한 이후 59년간 무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노사 신뢰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최고경영자(CEO)들도 어려울수록 노사가 서로 믿고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삼성경제연구소가 CEO 회원 307명을 대상으로 불황 극복에 도움이 되는 사자성어를 조사했더니 ‘줄탁동시((초+ㅐ,줄)啄同時)’가 1위(21.6%)로 꼽혔다. 어미닭은 밖에서, 병아리는 안에서 알껍데기를 함께 쪼아야 부화가 된다는 뜻이다. 신뢰는 직원들끼리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게 해 생산성을 높인다. 불황기의 노사 화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다.
▷일본 마쓰다 자동차에서 설계 일을 하는 한국인 직원 장환철 씨는 어제 한 국내신문 독자란에 “한일 자동차 회사들 간의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에 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7년 전 도요타 자동차 노조의 소식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소식지엔 ‘신기술 개발이 노조원의 행복을 지킨다. 임금을 자발적으로 동결하자’ ‘상금을 걸고 품질 향상운동 표어를 모집하자’와 같은 제안이 가득 차 있었다. 장 씨는 “일본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회사가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한국 노조원들은 자본가로부터 최대한 더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살아야 종업원도 산다는 인식이 불황 극복법의 핵심인 것 같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